경기회복으로 산업용 전력판매가 늘어나면서 한국전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산업용 전력판매 단가가 생산원가보다 10%가량 낮아 많이 팔수록 손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용 전력은 한전의 전체 전력판매량 중 53%(4월 기준)에 달한다.

실제로 한전의 최근 실적은 경기 흐름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경제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작년 3분기 1.0%로 저조했으나 4분기 6.0%로 회복한 뒤 올해 1분기에는 7.8%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작년 10월 전년 동월 대비 1.4% 증가에 그쳤던 산업용 전력판매는 11월 12.0%,12월 18.6%로 높아졌고 올 들어서는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서 1월 24.0%,2월 15.2%,3월 12.6%,4월 11.9% 증가했다.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간 것이다.

반면 한전의 영업이익은 작년 3분기 1조6065억원 흑자에서 4분기 6486억원 적자로 돌아섰고,올해 1분기에는 적자 규모가 1조797억원으로 불어났다. 전력판매가 늘수록 손해가 커졌다는 얘기다.

한전은 원가 이하로 판매되는 산업용 전력판매 급증을 실적악화의 '주범'으로 꼽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1분기 산업용 전력의 원가보상률(원가 대비 판매단가)은 89.2%에 그쳤다. 100원어치를 팔 때마다 10원80전을 손해봤다는 뜻이다. 김쌍수 한전 사장은 지난해 "산업용 전력판매에서 보는 손해만 연간 2조5000억원 정도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전 관계자는 "작년 6월 전기요금이 평균 3.9% 올라 영업이익이 늘어났지만 이후 원가보다 싼 산업용 판매가 늘면서 손실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전기판매 증가 소식이 악재로 다뤄지고 있다. 유덕상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회복으로 산업용 전력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경우 한전의 실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주가도 별로 힘을 못쓰고 있다. 13일 한전 주가는 3만2700원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효과로 연중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던 지난 1월20일(4만2250원)에 비해 22.6%나 떨어진 상태다.

경기가 회복될수록 수익이 악화되는 현상이 사라지려면 결국 전기요금이 올라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 문제를 거론하고 싶어하지 않는 눈치다. 과거 원 · 달러 환율이 1600원에 육박하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었던 것에 비해 지금은 상대적으로 환율과 유가가 낮은 점도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에 소극적인 이유다. 환율이 떨어지고 유가가 안정될수록 전기생산 단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영학 지식경제부 2차관은 "당분간 전기요금 인상 계획은 없고 지자체 선거 이후에도 당장 올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