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계가 클린(청정)디젤을 활용한 '디젤하이브리드 버스' 개발에 나섰다. 좋은 연료효율과 친환경성을 갖추고도 압축천연가스(CNG)와 액화석유가스(LPG)에 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클린디젤의 수요기반을 디젤하이브리드 버스 보급을 통해 넓혀나간다는 전략에서다.

◆'클린디젤 버스' 지자체 보급 확대

대한석유협회는 1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계연구원 및 대우버스와 공동으로 '디젤하이브리드 버스 개발 및 보급'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4개 정유사를 회원사로 둔 석유협회는 디젤하이브리드 버스 개발에 2년간 4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우버스는 올 12월까지 4대,내년 5월까지 4대 등 총 8대의 디젤하이브리드 버스를 개발,인천 대구 대전 부산 과천 여수 등 6개 도시에 보급할 계획이다.

대우버스가 생산하는 디젤하이브리드 버스는 유로5 환경기준을 충족하는 클린디젤엔진과 전기모터를 장착한다. 가속 등 높은 출력이 필요할 때는 디젤엔진이,정속 주행 시에는 최적 연비 비율에 따라 디젤엔진과 전기모터가 번갈아 작동한다. 기존 디젤자동차와 서울시에서 운행 중인 CNG버스에 비해 연료효율이 각각 25%,40% 높고,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 낮아질 것이라고 기계연구원은 설명했다.

석유협회는 6개 도시에서 시범 운행을 한 뒤 다른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디젤하이브리드 버스 보급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왜 클린디젤인가

정유업계가 디젤하이브리드 버스 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디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다. '디젤=공해 주범'이라는 일반인의 편견과는 달리 디젤은 탈황 등 정제기술의 발달로 휘발유나 LPG보다 더 뛰어난 친환경 연료로 탈바꿈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생산하는 디젤의 황 함유량은 1993년 2000??에서 현재 10??까지 떨어졌다. 디젤엔진 분야의 기술 진화까지 맞물리면서 디젤의 연료효율과 오염물질 감축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매연여과장치(DPF) 개발로 유해분진 배출은 기존 디젤엔진에 비해 90% 이상 감소했다.

에너지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서도 디젤연료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강현 대한석유협회장은 "국내 정유사들이 세계 선진국의 환경규제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질좋은 디젤을 생산하고 있음에도 국내 디젤차 비중이 낮아 생산량의 60% 가까이를 수출하고 있다"며 "친환경 연료인 디젤을 놔두고 값비싼 CNG와 LPG를 수입하는 연료수급 구조의 왜곡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현실적인 그린카

일부 전문가들은 클린디젤 차량을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로 꼽고 있다. 친환경차의 대명사로 떠오른 전기자동차가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 때문에 상용화까지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하이브리드카,전기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정작 전기차로의 이행 과도단계에 있는 클린디젤 차량에 대한 개발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