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한라그룹 및 만도 회장(55)은 지난달 말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그동안 고전해 온 유럽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최종 결심에 이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 회장은 오는 8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유럽 연구 · 개발(R&D) 센터를 설립하는 한편 현지 사무소를 법인으로 전환,유럽 시장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삼기로 했다.

정 회장은 최근 만도 상장을 앞두고 유럽을 비롯한 해외시장 매출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린다는 중 · 장기 전략을 마련했다. 현대 · 기아자동차와 GM 등 2개 회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양사 비중은 각각 60% 및 20% 정도다. 오는 19일 증시 상장을 앞두고 지난 11~12일 모집한 공모자금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해외시장 확대에 1000억원 투입

만도는 이번 재상장으로 총 4980억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만도는 이 자금의 16.4%인 818억7000만원을 해외시장 확대에 사용하기로 했다. 유럽 R&D센터를 설립하는 데만 43억7000만원을 투입한다.

올 하반기엔 브라질에 320억원을 들여 새 생산기지를 만들기로 했다. 현대차가 연 10만대 규모의 소형차 공장을 지을 예정이어서다. 내년엔 동유럽과 중국 내륙에도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동유럽 공장의 경우 현지 유럽업체 수요를 감안해 대규모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만도 관계자는 "해외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공모자금과 자체 여유자금을 합해 내년까지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도는 작년 말 푸조-시트로앵에 일부 부품을 수출했으며,최근 BMW 폭스바겐 등에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무인차량 등 첨단기술 확보"


2006년 타계한 정인영 그룹 명예회장은 '오직 기술로 승부하라'는 유지를 남겼다. 아들인 정몽원 회장은 2008년 3월 만도 경영권을 되찾은 직후부터 R&D에 사활을 걸어왔다. 제동 · 조향 · 현가장치 등 섀시 핵심부품뿐만 아니라 SPAS(자동 주차장치)와 같은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만도는 오는 8월 출시되는 현대차의 신형 아반떼에 SPAS를 납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무인차량의 초기 기술을 적용한 적응순항 제어장치(SCC 스톱&고)도 올 하반기부터 양산한다. 12월 선보이는 현대차 신형 그랜저에 장착하기 위해서다. 전방 차량과의 거리를 자동으로 계산해 속도 및 차간 거리를 스스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만도는 위성항법장치(GPS)와 레이더,카메라 등을 활용해 앞선 차량과 정보를 교환,앞 차 주행 경로를 따라 달릴 수 있는 무인 자동차도 개발 중이다.

만도는 공모자금을 활용해 R&D 역량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모터와 같은 신규 부품사업에 진출하는 한편 다음 달 별도 전자연구소를 세울 계획이다. 내년엔 경기 용인 중앙연구소를 다른 곳으로 확장 이전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한라그룹 인수 후 첨단기술 연구인력이 10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한라공조 인수 가능할까

변정수 만도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어 2013년까지 매출을 두 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통해 글로벌 순위를 현재 73위에서 50위 내로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한라그룹의 또 다른 '숙원 사업'은 과거 계열사였던 한라공조를 되찾는 것이다. 그룹은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은 후 1999년 한라공조를 미국 비스테온에 매각했다.

만도는 공모자금 중 66.2%인 3298억원을 유보금으로 확보해놓고 있다. 한라공조가 매물로 나올 경우 언제든 인수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변 사장은 이와 관련,"한라공조는 과거 한 식구였기 때문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며 "다만 M&A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만도는 작년 2조7270억원 매출에 17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 3조원,영업이익 3000억원을 각각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