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소 사무소를 반으로 나눠 편의점을 내고,인근 오피스텔 관리로 알바까지….'

주택시장 침체로 매매계약 건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공인중개업소들도 잇따라 변신하고 있다. 거래 수수료로는 사무실 임대료와 생활비 등을 꾸려나가기 힘들어지자 살 궁리를 찾아 나선 것이다. 그동안 주택시장에서 거래를 이끌어온 서울 강남권과 분당 용인 등에서 이런 변화가 먼저 감지되고 있다.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의 한 공인중개업소는 기존 사무실을 둘로 나눴다. 매매계약이 너무 안 되다보니 사무실을 반만 쓰고 나머지는 편의점을 넣었다. 이 중개업소 대표는 "6864채 규모의 잠실파크리오 단지 인근에서 20여 곳의 공인중개업소가 영업 중인데 최근 석달간 계약건수가 4건에 그쳤다"며 "임대료 부담 때문에 상가 주인에게 사무실 공간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공인중개사들도 있다. 용인시 기흥구 D공인 대표는 최근 인근 오피스텔 관리 부업을 시작했다. 그는 "가끔 이뤄지는 전세계약으로는 임대료를 내기 벅찬 상황이라 알고 지내던 오피스텔 주인에게 부탁해 알바 중"이라고 설명했다.

분당에선 올 들어 200여개의 중개업소가 문을 닫았다는 전언이다. 분당구 이매동의 한 공인 대표는 "매매계약서를 써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며 "지난달 분당 거래물량이 100채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개업소가 1000개 정도임을 감안하면 10곳 중 9곳은 파리만 날린 셈"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국토해양부에 신고된 분당구 아파트 계약건수는 단 82건으로 1년전 동기(1409건) 대비 94.2% 감소했다.

매매건수 감소로 이사가 줄어들어 이삿짐 업체나 등기를 대행하는 법무사,장판 도배 업체들도 울상이다. H이삿짐 대표는 "스무명이던 직원들을 다 내보내고 일이 있을 때만 2~3명씩 부른다"고 했다. 역삼동 D법무사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해 등기 업무가 절반에 불과하다"며 "직원을 내보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재후/이승우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