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열린 세계 양대 시계박람회인 '스위스 고급시계 박람회(SIHH)'와 '바젤월드'에서 주목받은 '위버 럭셔리'(초고가 명품)급 시계들이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롯데백화점이 14~31일 서울 소공동 에비뉴엘 2층에서 여는 '에비뉴엘 명품시계 박람회'와 현대백화점이 18~26일 무역센터점에서 주최하는 '제1회 럭셔리 워치페어'에서다. 롯데와 현대는 각사의 자존심을 걸고 오데마피게,브레게,예거 르꿀뜨르,IWC 등 스위스 시계 명가들의 최신작을 경쟁적으로 유치했다. 전시 제품은 롯데가 80여점,현대가 200여점이다. '또 하나의 작은 우주'로 불리는 '기계식 컴플리케이션 시계'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투르비옹'의 향연

투르비옹은 중력으로 인해 기계식 시계에 발생하는 오차를 보정해주는 장치로 최고난도의 기술로 꼽힌다. 이 장치가 달리면 시계 가격대가 1억원을 넘어간다. 롯데 박람회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투르비옹 시계를 만날 수 있다. IWC는 올해 SIHH에서 클래식 시계인 '포르투기즈' 시리즈에 투르비옹을 처음으로 장착한 모델들을 선보였다. 국내에 들어온 '포르투기즈 투르비옹 미스테르'(1억1000만원대)는 그중 하나로 12시 방향에 자리한 '에니메이티드 트웰브'라는 공간에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투르비옹을 볼 수 있다. 까르띠에의 '칼리브 드 까르띠에 플라잉 투르비옹 워치'(1억4000만원대)에서도 투르비옹이 브리지 위에 뜬 상태로 다이얼(시계판)에서 공중 부양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오데마피게의 '줄스 오데마 미닛 리피터 투르비옹'은 투르비옹 외에 '미닛 리피터'(시와 분을 소리로 알려주는 기능)를 갖췄다. 가격은 전시 제품 중 최고가인 5억8000만원대.

이주현 롯데백화점 시계 CMD(선임 상품기획자)는 "오데마피게의 기술력을 집약한 마스터피스"라며 "워낙 고가여서 '카르네 상품'(관세 면제받고 임시 통관한 상품)으로 들여왔다"고 설명했다. 태그호이어가 창립 150주년 기념으로 제작한 리미티드 에디션 '모나코 V4'(1억원대)도 롯데 박람회에서 볼 수 있다. 150개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기존 무브먼트(시계 동력장치) 구동 방식에서 벗어나 머리카락보다 얇은 미세 벨트로 움직이는 무브먼트를 적용한 혁신적인 제품이다.

◆240억원어치가 한자리에

전시 규모 면에서는 현대가 롯데를 압도한다. 류제철 현대백화점 명품시계 MD는 "200여점의 전시 제품 가격을 원화로 환산하면 약 240억원"이라며 "개당 가격이 1억원을 넘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대가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는 제품은 예거 르꿀뜨르가 전 세계적으로 75개만 한정 생산한 '리베르소 그랑 컴플리케이션 트립티크'(5억2000만원).시계 케이스가 앞뒤로 180도 회전하는 리베르소 모델에 투르비옹은 물론 '문 페이스'(달의 모양을 보여주는 달력)와 '퍼페추얼 조디악 캘린더'(별자리 달력) 등 다양한 기능을 넣었다. 브레게의 '마린 크로노 그래프 5829BB'(3억5000만원대)는 기능과 디자인을 동시에 강조한 제품.남성용이지만 베젤(테두리)에 바게트 모양으로 자른 다이아몬드 158개와 55개 사파이어가 촘촘히 박혀 있다. 여성용 보석 시계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화려하다.

오메가의 스쿠버 다이버용 시계 '시마스터 플로프로프'(1000만원대)는 기계식 시계의 시간 오차를 줄여주는 기능을 적용한 무브먼트 '코액시얼 칼리버 8500'을 탑재했다. 1200m 수심의 수압까지 견딜 수 있는 견고한 시계로 평가받는다. 1950년대를 풍미한 관능미 · 여성미 코드가 반영된 부셰론 '아바데코 마 졸리'와 단순한 디자인을 강조한 크로노스위스의 '시리우스',전 세계 28개만 한정 생산한 로저드뷔의 '엑스칼리버 더블 투르비옹'도 눈여겨볼 만한 제품이다.

현대는 이번 전시회에서 SIHH · 바젤월드 출품작들과 함께 오메가가 스위스 오메가뮤지엄에 소장하고 있는 시계 20점도 특별 전시한다.

안상미/송태형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