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두 배 넘게 급등했던 원당의 국제시세가 석달 새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인도 브라질 등 주요 생산국의 출하량이 예상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난 데다 그리스 재정위기 등으로 몰렸던 투기자금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원당값 1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가

뉴욕상품거래소(NYBOT) 내 국제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원당 최근월물인 7월물은 12일(현지시간) 파운드당 14.67센트를 기록했다. 한 달 사이에 1.87센트(11.31%) 내린 것으로,올 최고치였던 지난 1월29일(29.90센트)에 비해선 3개월여 만에 50.9% 급락했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5월(14~15센트)과 비슷한 수준이다.

원당값은 지난해 4월만 해도 11~12센트대에서 안정됐다. 그러나 공급이 달린다는 뉴스와 함께 작년 5월부터 오름세를 타기 시작해 지난해 8월엔 20센트를 넘어섰으며,올초에는 30센트 선을 위협했다. 이후 석달 동안 하락세를 보여 이전 1년간의 상승폭을 그대로 반납한 것이다.

최근 원당값이 급락한 것은 주요 산지의 생산량이 당초 전망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자재 조사기관인 코리아PDS의 이명숙 연구원은 "지난해 인도와 브라질의 날씨가 안 좋아 설탕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원당 가격이 올랐지만 올해는 이들 국가의 생산량이 700만t가량 초과될 것으로 예상되며 폭락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유로존의 재정 위기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현상으로 투기세력이 이탈한 데다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하락세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분간 국내 설탕값 인하는 어려울 듯

원당은 설탕 원가의 70~8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원당값이 가파르게 치솟던 지난해 8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업계는 설탕 값을 ㎏당 1019원에서 1109원으로 8.9% 올렸다. 올초 원당값 상승세가 계속되자 업계는 추가 인상도 검토했다. 그러나 1월 말부터 원당가격 급락세가 이어지자 업계는 인상 계획을 취소한 채 가격을 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원당이 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환율도 1100원대로 안정됐지만 당분간 설탕값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물시세가 선물만큼 떨어지지 않아서다. 현물시세는 별도로 고시되지 않으며,인도나 브라질 등의 현지에서 바로 직전에 마감된 선물시세를 기준으로 산출하게 된다. 현재 원당 현물은 t당 440~450달러로 올 1월 말 700달러대에 비해선 낮아졌지만 전년 동기의 350달러 수준에 비해선 여전히 100달러가량 비싸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원당 선물은 매입부터 운송을 거쳐 투입될 때까지 4개월가량 걸린다"며 "비싼 원당이 투입되는 오는 7월께까지는 제당업체 수익성이 좋지 않겠지만 8월 이후엔 호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석/심성미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