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프랑스에서는 '투르 드 프랑스'가 열린다. 약 3주간 프랑스 전역 3400여㎞를 도는 이 대회는 세계 최고의 사이클 축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정상급 사이클선수 200여명 가운데 약 60%가 일본의 자전거 부품회사 시마노의 제품을 쓰고 있다. 고환암을 극복하고 이 대회에서 6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던 랜스 암스트롱의 자전거 변속기(기어)와 브레이크에도 시마노의 영문 로고 'SHIMANO'가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시마노가 없으면 세계 자전거 중 열에 여덟 대는 만들지 못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자전거 부품시장에서 시마노의 파워는 막강하다. 변속기와 브레이크,프리휠(페달을 멈춰도 바퀴가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장치) 등 자전거 주요 부품의 세계 수요 중 약 80~85%를 시마노에서 공급한다. 특히 변속기의 경우 시마노 부품의 모델명이 곧 자전거 변속기의 등급을 뜻하는 고유명사로 굳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 최강자 인텔에 빗대 '자전거계의 인텔'이란 별명이 붙었다.

시마노 부품의 가장 큰 경쟁력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시마노 제품은 어떤 브랜드의 자전거에도 채택될 수 있는 높은 호환성과 세분화된 부품 공급 시스템을 인정받고 있다. 초보자용부터 전문가용까지 구비돼 있으며,신제품을 내놓아도 같은 기종의 구형 모델을 계속 만들어 기존 사용자들의 편의를 보장한다. 또 최근 자전거가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녹색성장을 대표하는 교통수단으로 집중 육성되면서 시마노의 시장장악력은 더욱 커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서도 시마노는 흑자를 유지했다.

시마노는 1921년 일본 중부 오사카부의 사카이시에서 금속가공 기술자로 일했던 시마노 쇼자부로가 '시마노철공소'를 열면서 시작됐다. 19세기 말 미국과 유럽에서 자전거가 들어온 후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된 과정을 목격했던 창업자 시마노는 "자전거는 결코 한때의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신념으로 부품 국산화에 전념했다. 당시 자전거 완제품을 만드는 소규모 공장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부품은 수입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설립 당시 달랑 선반 1대만 갖춘 조그만 공장이었던 시마노는 '3 · 3 · 3'이란 브랜드의 자전거 프리휠을 생산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1970년대엔 일본 내 프리휠과 변속기 시장을 각각 80%,100% 장악했다. 또 1965년부터 미국과 아시아 등 해외시장 진출에 나서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1970년대부터 각광받기 시작한 산악자전거(MTB)와 경주용 고급 자전거의 전용 부품을 다른 회사들보다 한발 앞서 선보이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나갔다. 창업 89년째인 지금까지 한우물을 판 덕에 시마노는 미국과 프랑스 등 세계 17개국에 현지법인을 두게 됐다. 종업원 수도 5500여명에 이른다.

시마노는 '자전거 부품 제왕'의 이미지를 확실히 다지기 위해 자전거 관련 레저이벤트 사업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자전거 경주대회 운영에다 사카이에 세계 최대 자전거박물관도 운영 중이다. 또 간단한 차와 브런치를 즐기면서 자전거 부품을 고르고,전문가에게 조립 강의도 받을 수 있는 카페형 점포인 '오브(OVE)'를 도쿄 등 대도시에 신설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