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셴주펑여우 허우주셩이(先做朋友 後做生意)'라고 즐겨 말한다. 먼저 친구가 돼야 장사를 같이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동차가 달리려면 먼저 길부터 만들어야 하듯이,상품을 팔려면 먼저 친구부터 만드는 것이 중국 비즈니스의 ABC이다. 중국인들과 친구가 되려면 그들의 비즈니스 문화인 '세 개의 유리문'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첫 번째 유리문은 '의심의 문'이다. 중국인들은 보이든 보이지 않든 일단 모든 것을 의심하고 시작한다. 어린아이 때부터 '하이런즈싱부커여우(害人之心不可有),팡런즈싱부커우(防人之心不可無)'라고 배운다. 남을 해쳐서는 안 되지만,남을 경계하는 의심은 절대 버리지 말라는 뜻이다. 수많은 인구가 넓은 땅에서 수천년간 전쟁과 억압 · 부패에 억눌려 살아온 탓인지,남을 잘 믿지 않는다. 같은 중국인들끼리도 잘 믿지 않는데 어떻게 외국인을 쉽게 믿겠는가.

이제부터 중국인들을 대할 때는 의심덩어리 자체라고 이해하고,그 의심의 문을 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의심의 문을 여는 열쇠는 신뢰다. 중국에서 성공한 기업들은 모두 신뢰를 주었기 때문에 중국인들의 마음을 열고 성큼 들어갈 수 있었다.

두 번째 유리문은 '존심(尊心)의 문'이다. 중국인들은 자존심이 매우 강해 스스로가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뉴스를 보아도 지구상 곳곳 소식들을 상세히 보도한다. 그들은 중국어의 강한 정보 전달력과 축적력으로 세계의 정보를 흡수,독자적인 지혜로 제련해 낸다. 그들은 근거 없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자만하는 것이 아니라,철저하게 준비한 정보와 지혜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한 것이다. 존심의 문을 여는 열쇠는 존중이다. 그들의 자존심을 존중해 주지 않으면 친구가 될 수 없고,비즈니스도 실패한다.

세 번째 유리문은 '지략의 문'이다. 중국인들은 어려서부터 손자병법 · 삼십육계 같은 병법의 지략들을 만화,동화,영화 등을 통해 배운다. 그리고 가정,학교,직장,사회에서 숨 쉬는 것처럼 생활화하면서 모두 제갈공명으로 성장한다.

그들은 정말 제갈공명처럼 지략적인 생각과 행동을 한다. 또 이 지략은 중국을 세계의 강대국으로 만드는 중요한 무기인 것 같다. 지략적 사고나 행동,협상요령 등이 훈련되지 않은 한국인들이 제갈공명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감동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중국시장 개척에 성공하려면,중국인들 상당수가 지략의 귀재라는 점을 깨닫고 먼저 친구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중국인들을 존중하면 그들은 공자 · 맹자와 같은 지혜와 선한 마음으로 우리를 친구로서 대접해 주겠지만,무시하면 제갈공명의 지략으로 우리를 원수처럼 공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존중해서 친구로 대접받을 것인가,무시해서 원수로 공격받을 것인가. 현명한 판단과 선택만이 우리를 성공의 길로 안내할 수 있다.

이송 KOTRA 해외진출협력처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