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 20조원 가량의 막대한 시중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들이 청약자금을 재유치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계속되는 저금리를 견디지 못한 거액 자산가들이 은행에 예치한 돈을 일부 빼내 청약에 나서자 이들 자금을 은행으로 되돌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하나은행 김창수 아시아선수촌 골드클럽 김창수PB 팀장은 "최근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일부 고객이 `묻지마식 청약'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일선 영업점 창구에서도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예금 담보대출을 받거나 마이너스 통장 대출 등을 받는 고객들이 속출했다는 후문이다.

청약 경쟁률 때문에 주식을 배정받지 못한 자금은 오는 7일 고객들의 증권사 계좌로 환급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환불일에 맞춰 청약에 나섰던 PB고객을 개별 접촉해 자금을 재예치하거나 이들을 겨냥한 맞춤 상품을 출시하는 등 자금 유치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재 3%대의 예금 금리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보고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일 수 있는 틈새 상품을 앞세운다는 전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PB고객 전용상품 9개를 7일부터 사흘 동안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

이 은행 PB고객부 한상언 팀장은 "백금에 투자하는 원금보장형 예금이나 미국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신상품을 환급일에 맞춰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도 채권형 상품을 특판으로 내놓거나 PB고객 전용 사모펀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창수 팀장은 "삼성생명 공모주에 청약했던 고객들은 중간 정도의 위험성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들의 성향에 맞춘 상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이달 중 화랑 대출을 통해 수익을 내는 `아트펀드'를 PB 고객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목동남PB센터 김형철 팀장은 "이 상품은 2년 만기로 8% 이자를 6개월마다 지급하는 구조로 돼 있다"면서 "금리가 낮아서 정기예금만으로는 경쟁력이 없어 상품을 새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특히 이달 중 삼성생명에 이어 자동차부품업체 만도,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등 총 8개 기업의 공모주 청약이 예정된 만큼 단기 자금 유치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PB사업단 김인응 수석부부장은 "고객들이 예금 가입을 꺼리는 만큼 삼성생명 청약이 끝나면 환불금을 다음 청약 때까지 일반 머니마켓펀드(MMF)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단기 기업어업(CP)과 같은 단기성 상품으로 끌어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청약 열풍에도 증시로의 `머니무브' 현상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공모주 투자자들은 위험을 과도하게 무릅쓰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면서 "따라서 청약 열풍으로 은행 자금이 일시적으로 빠져나가겠지만, 조만간 다시 은행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