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 유동성을 흡수하는 통화안정증권 순발행액이 10조원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앞으로도 유동성 대량 공급이 예상돼 통안증권을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중 통안증권 순발행액(신규발행-상환)은 9조6천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규모로 1월(1조5천억원)과 2월(1조7천100억원)에 비해 약 6배로 늘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을 제외하면 하반기 내내 통안증권을 순상환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3개월 연속 순발행했다. 통안증권은 한은이 초단기금리인 콜금리를 기준금리 수준에 맞추도록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사고파는 공개시장 조작 수단이다. 통화정책 목표대로 콜금리를 유지하기에 시중 유동성이 너무 많으면 한은은 통안증권 순발행을 늘려 초과분을 흡수한다. 즉, 3월의 경우 사상 최저 수준(2.0%)의 기준금리에 맞추려고 10조원 가까이 되는 채권을 팔아야 했다는 것이다. 통화량을 나타내는 광의통화(M2)가 최근 5년간 월평균 10조원씩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동안 시중에 불어난 돈 만큼 한은이 고스란히 거둬들인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오래 유지되면서 유동성이 매우 풍부해져 초과분을 흡수하지 않으면 기준금리가 유명무실해지기 때문에 통안증권 발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통안증권 순발행액이 급증한 것은 무엇보다 나라 밖에서 돈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증권투자나 경상수지 흑자로 적정 수준을 넘은 돈을 빨아들여야 했던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들어 3월까지 국내 채권을 18조7천억원 순매수했으며, 지난달에도 8조3천억원가량 추가 순매수한 것으로 추산됐다. 갈수록 높아지는 올해 성장률 전망으로 미뤄 외국인 투자금이 들어와 시중에 흘러 넘치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하는 10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의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지난해 12월 5%에서 올해 2월 5.1%, 지난달 5.4%로 계속 상승했다. IB들의 잇단 전망치 상향 조정은 외국 투자금을 끌어들인다. 국제금융연합회(IIF)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을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 국가"라고 지목하면서 신흥시장국으로 유입될 민간 자금이 지난해 5천300억 달러에서 올해 7천100억 달러, 내년 7천500억 달러 등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요인(저금리)에 따른 유동성이 풍부한 마당에 나라 밖에서도 막대한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보여 조만간 기준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조여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증권 최석원 채권분석파트장은 "통안증권에만 기대 초과 유동성을 흡수하기에는 증권 발행에 따른 이자 지급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또, 사실상 마이너스 정책금리로 채권가격이 너무 비싸지면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며 "때를 놓쳐 허둥지둥 금리를 올리는 것보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올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채주연기자 jycha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