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NHN 신사옥에서 일하는 이 회사 조은경 대리(게임서비스기획팀)는 창 밖이 보이는 맞춤형 개인 책상에 앉아 아침 업무를 시작한다. 일을 하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1층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뒤적이며 머리를 식히거나,양호실에서 잠깐 눈을 붙인 뒤 샤워를 한다. 몸이 찌뿌드드할 때는 칼로리 소비량이 표시된 계단을 오르내리며 운동을 한다. 그는 "회사가 집보다 편하다는 느낌을 자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오피스빌딩이 진화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을 토대로 집처럼 편안한 '세컨드 홈'으로 거듭나고 있다.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을 안락하고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바꾸면서 업무 효율이 오르고 사무실 임대도 쉬워진다는 평가다.


◆집이야 사무실이야…'마이 세컨드 홈'

새로 지어지거나 리모델링하는 오피스빌딩의 트렌드는 '배려하는 빌딩'이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분당 NHN 신사옥의 컨셉트는 '마이 세컨드 홈'이다. 신사옥 기획을 맡은 박치동 스페이스TF팀장은 "미국 유명 디자인 업체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수 차례 설문조사를 거쳐 '제2의 집'처럼 직원들이 안락한 느낌을 갖도록 지었다"고 설명했다. NHN 직원들은 자유 토론장으로 쓰이는 소극장처럼 생긴 '하이브(벌집)'에서 회의하다 배가 출출해지면 뒤편 냉장고에서 간식을 꺼내 먹기도 한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해 7월 입주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사옥에 안마실을 설치했다. 하얏트호텔이 보이는 이곳에서 직원들은 짬짬이 나른한 피로를 날려보낸다.

서울역 맞은편 옛 대우빌딩을 리모델링한 서울스퀘어 빌딩에서는 제복을 입은 직원에게 발레파킹을 맡길 수 있다. 밤 늦게 귀가할 땐 택시정류장까지 에스코트도 받을 수 있다. 호텔에 온 느낌이다.

이한기 서울스퀘어 빌딩 홍보팀장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아서 척척…스마트 오피스

오피스빌딩은 편리한 서비스는 물론 똑똑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KT올레캠퍼스에 근무하는 김모 과장은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스마트폰으로 회의실 예약은 물론 자료확인 · 참여자 등록까지 가능하다. 예약시간에 외부손님이 오면 문자 메시지가 알려준다.

KT는 지난 2월 입주한 올레캠퍼스를 '올레 경영' 발상지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즐겁게 배우고,토론하고,협력하는 '스마트 업무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최첨단 화상회의 시스템,와이파이(Wi-Fi) 등을 갖췄다.

NHN 신사옥에선 책상 위에 놓인 개인 인터넷폰으로 클릭만 한 번하면 사내 전화가 가능하다. 사원증만 대면 타야 할 엘리베이터를 알려주는 시스템도 갖춰 엘리베이터 앞 줄서기가 사라졌다.


◆'그린'옷으로 갈아 입는다

'그린'도 오피스빌딩 진화의 주요 트렌드다. 서울스퀘어 빌딩은 친환경 에코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건물 곳곳에 비치된 티슈는 물론 비누까지 모두 그린이다. 리모델링 역사상 국내 최초로 빌딩 모든 부분의 석면을 제거했다.

내년 말까지 리모델링을 마칠 예정인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는 모든 조명이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돼 전력사용량을 무려 45% 절감하게 된다.

오는 11월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은 친환경 빌딩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1층부터 4층까지 이어지는 국내 최대 실내 조경이 조성되고 옥상정원도 만들어진다. 빌딩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교보리얼코 관계자는 "리모델링이 끝나면 광화문에 친환경 빌딩 이정표가 새롭게 세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