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철 운행도 방해..푸미폰 국왕 "일부 국민 책임 잊어"

태국 반정부 시위대(UDD, 일명 레드셔츠)가 경찰의 이동을 차단하기 위해 방콕 방향의 지방도로를 곳곳에서 봉쇄해 보안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27일 태국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UDD 회원들은 콘캔주와 롭부리주 등 방콕 북부 지역의 주요 도로 곳곳에 트럭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채 교통을 통제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해 부상자도 발생했다.

태국 북부 지역은 UDD의 실질적인 지도자인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UDD 회원들은 바리케이드를 무단으로 설치해 경찰의 이동을 막는 한편 통행차량을 불법 검문하고 있어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지기도 했다.

탁신 전 총리의 고향인 치앙마이주에서는 지난 25일 밤 경찰이 병력을 방콕으로 파견한지 수시간 만에 경찰서에 수류탄이 투척되기도 했다.

UDD가 방콕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봉쇄, 경찰의 이동을 차단하고 나선 것은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가 시위대의 협상 재개 요청을 거부하면서 시위대에 대한 강제해산 작전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반정부 시위대는 27일 오전 출근 시간대에 방콕 지상철(BTS) 칫롬역 선로에 폐타이어를 투척, 지상철 운행도 전면 중단시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위대는 군경이 농성 장소 위를 통과하는 칫롬역을 이용, 시위대에 대한 강제해산 작전을 시도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칫롬역 폐쇄를 시도했으나 지도부의 지시로 수시간 만에 폐타이어를 제거했다.

아피싯 총리는 "레드셔츠가 지방에서 반정부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단계는 아니다"면서 3일안으로 도로를 정상화하라고 경찰 당국에 지시했다.

태국 보안당국은 또 반정부 시위와 관련, UDD 지도부와 야당 의원, 학계 인사 등이 포함된 조직이 입헌군주제 폐지를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정부 시위가 40여일 넘게 지속되고 있는 동안 공개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은 26일 오후 신임 법관들을 접견하는 형식으로 대중에게 모습을 처음으로 드러냈다.

푸미폰 국왕은 자신이 장기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방콕 시리라즈 병원에서 신임 법관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일부 사람들이 책임을 잊고 있다"며 "법관들은 자신의 책임을 엄격하고 정직하게 수행해 다른 사람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최근의 시위 정국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며 "일부 사람들이 책임을 잊고 있다"는 발언도 정부와 시위대 중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푸미폰 국왕은 태국에서 `살아있는 부처'로 추앙받으며 수십년 동안 사회의 중심추 역할을 해왔으나 이번 반정부 시위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현영복 특파원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