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고사 직전인 창업투자사들이 증시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영 정상화를 꾀하며 새로운 사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어서다. 일부 창투사의 주가는 이상급등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시화 된 신규사업이 없고 사업환경도 여전히 어려워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의 그린기술투자(옛 NHS금융) 주가가 최근 연일 급등세다.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상한가 행진은 이날 오후 1시 53분 현재까지 나흘 연속 이어지고 있다.

그린기술투자는 지난 20일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총 1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PEF) 조성과 3개의 전문투자조합 설립 계획을 밝혔다. 또 스팩(SPACㆍ기업인수목적회사)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몇몇 증권사와 하고 있다고도 했다.

최근 몇 년 간 대규모 적자로 인한 주주간 갈등,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잦은 변경, 감자와 유상증자 등이 반복됐던 이 회사는 올해부터 실적 '턴어라운드'를 약속했다.

벤처 투자 1세대인 한국기술투자(KTIC) 그룹 내 투자자문업을 담당하고 있는 KTIC글로벌도 같은 시각 상한가를 기록중이다. 이 회사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40%나 상승했다.

지난해 KITC그룹의 경영권을 인수한 일본계 금융회사 SBI그룹은 최근 한국기술투자와 KTIC글로벌을 계열사로 편입하는 등 회사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IC그룹은 지난해 서갑수 전 회장과 SBI그룹 간 경영권 다툼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서 전 회장과 그의 아들 서일우 KTIC홀딩스 전 대표 등의 대규모 횡령ㆍ배임 혐의가 불거졌다.

SBI그룹은 유상증자 등 추가 자금지원을 통해 이른 시일 내에 회사를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투자사들의 경영정상화 발표와 이에 따른 주가 급등은 그러나 오래 가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회사가 오랜 적자와 경영진의 횡령ㆍ배임으로 얼룩진 만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그린기술투자의 IR에 참석했던 한 기관투자자는 "창투사의 투자성공 확률은 채 10%도 안 된다고 보면 되는데, 최근엔 성공확률이 더 떨어졌다"며 "사업 여건이 여전히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그린기술투자가 밝힌 PEF 조성이나 투자조합 설립은 투자자(LP)를 끌어모으는게 관건이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고 꼬집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