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헝가리 국민이 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내건 야당에 표를 몰아줬다. 헝가리의 제1 야당인 피데스(FIDESZ · 청년민주동맹)는 25일 치러진 총선에서 전체 386석 중 263석을 차지해 8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피데스는 이번 총선에서 경제성장을 최우선 정책 기조로 삼아 일자리 창출,세금 감면,공공부문 구조조정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피데스는 의회에서 단독으로 헌법 개정안을 의결할 수 있는 재적의원 3분의 2보다 5석이나 더 많은 의석으로 압승했다. 반면 집권여당인 사회당(MSZP)은 59석을 얻는 데 그쳐 소수 야당으로 전락했다.

오르반 빅토르 피데스 총재(46)는 "앞으로 헝가리에는 이제까지 상상하지 못한 대변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기 정부의 최우선 정책은 '경제성장'"이라며 '재정긴축'을 유지해온 이전 정부와 차별화를 선언했다. 헝가리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6.3% 줄어드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실업률은 11.4%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데스가 IMF와 유럽연합(EU)의 통제를 받고 있는 예산을 갖고 당장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압도적인 의석을 확보한 만큼 경제 회복을 위해 공공부문 건강보험 교육 노동시장 개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새 정부는 야당의 도움 없이도 헌법 개정까지 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며 "IMF와 긴축재정을 완화하는 대가로 공공부문 구조개혁 혹은 실질적인 재정긴축 효과가 있는 주요한 법률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같은 날 치러진 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에서 하인츠 피셔 현 대통령(71)이 승리해 연임에 성공했다. 사회민주당 출신의 피셔 대통령은 득표율 78.9%로 상대 후보들을 압도적인 표차로 따돌렸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