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4일(한국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조율사로 급부상했다.

한국은 이번 회의에서 신흥국과 개도국이 미묘한 대립 양상을 보였던 국제통화기금(IMF)의 쿼터 개혁은 물론 글로벌 금융안전망 이슈에 대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IMF 쿼터 조정은 당초보다 2개월 빠른 오는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마무리짓기로 했으며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G20의 공식 의제로 채택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IMF쿼터-글로벌금융안전망 논의 주도
한국이 G20 의장국으로서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신흥국들의 숙원사업인 IMF 쿼터 개혁 작업을 조기에 마무리짓기로 한 것과 신흥국의 경제 불안을 막기 위한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공식의제로 집어넣는데 성공한 것이다.

IMF 쿼터 개혁은 선진국이 점유하던 국제금융기구의 주도권을 각국의 경제력에 맞게 재배분해 선진국-신흥.개도국 간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다.

글로벌 금융안전망 은 선진국 등의 금융 불안으로 개도국 경제가 휘청이는 사태를 막는 시스템이다.

이들 의제는 오는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성과물을 도출할 것으로 보여 한국은 명실공히 신흥국의 처지를 대변함과 동시에 선진국의 피해도 최소화하는 조율에 성공한 셈이다.

아프리카개발기금(ADF)과 국제개발협회(IDA)에 대한 재원 보충 노력, 국제기구의 아이티 부채 완전 탕감 방안에 대한 지지 등도 이끌어냈다.

◇민간 회복때까지 출구전략 유지
이번 회의에서 출구 전략에 대해서는 과거보다 구체적인 표현이 나왔다.

이는 이미 일부 국가에서 금리 인상 등 출구 전략을 시행하고 있어 국제 공조 강화를 위해 일종의 세부 지침을 다시 줄 필요가 있는 상황까지 왔기 때문이다.

코뮈니케는 "성장이 여전히 정책적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재정 여력이 있는 경제권의 경우 회복세가 주로 민간 부문에 의해 견인되면서 경제 회복이 확고해질 때까지 지원 조치가 유지돼야 한다"면서 "그동안 취했던 거시 및 금융분야의 예외적 지원조치로부터 자국의 상황에 맞는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번 코뮈니케를 만들 때 출구전략에 대해서는 '민간 부문의 자생력 회복시까지 지원 정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넣었는데 출구 전략에서 민간 자생력이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한국 경제가 민간 부문의 자생력이 아직 부족한 것으로 보고 있어 본격적인 출구 전략은 쓰지 않고 있지만 내수가 꾸준히 살아나고 있어 향후 금리 인상 등이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

◇은행세 필요성 공감..결과물 도출은 실패
은행세 등 금융권 분담 방안에 대해선 회원국들이 필요성에는 공감했으나 구체적인 결과물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이는 미국 등이 '오바마 택스'를 비롯한 대형금융기관에 대한 과세 방안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였으나 6월 정상회의 의장국인 캐나다가 반대 입장을 표시하는 등 나라별로 입장이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다.

IMF는 이번 회의에서 비예금성 부채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과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이익과 보너스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각국의 반대로 무산되고 정책 대안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6월에 제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늘 금융권 분담안을 놓고 백가쟁명이 벌어져 당초보다 늦게 끝났다"면서 "미국 재무장관은 오바마 택스를 다른 나라의 찬성 여부와 관계없이 가겠다고 했지만 공적 자금 투입이 없는 호주는 후순위채와 같은 '컨틴전트 캐피탈'만 도입해도 충분하다며 반대하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6월 부산회의 화두도 은행세
이번 회의에서 초미의 한 관심사였던 은행세 문제가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IMF가 금융권 분담 방안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차기 G20 재무장관회의에 보고하기로 결정됨에 따라 오는 6월 부산 재무장관회의의 핵심 의제도 은행세가 될 전망이다.

특히 부산 G20 재무장관이 끝난 뒤 그 달에 토론토 정상회의가 열리기 때문에 부산에서 은행세에 대한 합의를 위해 치열한 논쟁이 전망된다.

또한 우리가 주도한 글로벌금융안전망이 공식 의제로 채택됨에 따라 부산 회의에서는 오는 11월 서울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권고 등을 도출하기 위한 사전 협의 작업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경상수지 적자국과 흑자국 간의 갈등 해소를 위한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에너지 보조금 문제 등도 지속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