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빠진 그리스 정부가 23일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했다.이에따라 두 기관은 올해 그리스에 모두 450억 유로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23일 TV를 통해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EU와 IMF 원조 메커니즘의 실행은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라며 “재무장관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EU와 IMF는 EU가 연 5%의 금리로 3년간 300억유로를,IMF는 150억유로를 각각 그리스에 제공키로 했었다.그리스는 EU IMF와 금융지원에 관한 구체적인 조건을 놓고 내달 15일까지 협의를 하기로 했으나 금융시장이 패닉상태를 보이자 서둘러 구제금융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무디스는 그리스의 국가신용 등급을 ‘A2’ 에서 ‘A3’로 한 단계 강등했다.EU 통계당국인 유로스타트는 지난해 그리스 재정적자 규모를 GDP 대비 13.6%로 제시했다.이는 이전에 그리스 정부가 발표한 12.9%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이날 금융시장에서는 2년 만기 그리스 국채금리가 하룻만에 3%나 뛴 11%대까지 수직 상승했다.

게오르게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은 “EU로부터 돈을 받는 것은 시간 문제”라면서 “실제 자금을 받는데 며칠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총재도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리스 지원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벌이는 협상이 끝난 뒤에야 그리스 정부에 지원될 EU의 자금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그는 또 “EU의 지원에 앞서 그리스가 먼저 ‘신뢰할만한’ 긴축 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한다”며 “그후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그리고 IMF가 유로화의 안정을 위해 그리스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시장은 그리스의 구제금융신청 소식에 급속히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유로화는 달러대비 강세로 돌아섰고 영국 독일 등의 증시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