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층 이상 초고층 랜드마크빌딩 건립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계획 자체를 포기하는 곳이 늘어 나고,랜드마크 빌딩에 아파트를 넣는 기형적인 구조로 변질되고 있다. 사업성이나 시장 수요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추진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형구조의 랜드마크 빌딩이 추진됨에 따라 도시계획이 뒤엉키고 인근 주민들이 줄소송을 내는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잇달아 제동 걸린 초고층빌딩 건립

2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 부지에 100층 이상 빌딩을 지으려던 당초 계획을 접고 부지를 민간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중구청도 세운상가 자리에 세계 최고 220층(960m) 빌딩을 지으려다 서울시 반대로 포기했다. 한호건설 컨소시엄이 잠실종합운동장 자리에 121층짜리 빌딩을 건설하는 내용을 담은 민간사업제안서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냈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라고 건설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랜드마크 빌딩도 층수 고민에 빠졌다. 사업 시행 주체인 드림허브컨소시엄은 자금조달난과 부동산시장 침체 등을 고려,150층짜리 건설 계획에 대해 전면 재검토 중이다. 드림허브 측은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당초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경기도 고양시는 대화동 킨텍스 옆에 지상 100층짜리 랜드마크 빌딩을 짓기 위해 민간사업자를 두 차례 공모했으나 참여자가 없어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주상복합으로 변질되는 랜드마크 빌딩

100층짜리 랜드마크 빌딩 사업에 착수한 곳들은 상당수가 아파트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바꿨다. 오피스보다 분양가가 비싼 아파트를 배치해 수익성이라도 확보하기 위해서다. 서울에서 현재 건축 중인 1등급 오피스의 가격은 3.3㎡당 2000만원 수준이지만,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가는 3.3㎡당 4600만원 수준이어서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작년 주거시설 도입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한 부산롯데타운(중구 중앙동,107층)은 공사를 중단한 상태에서 올해 다시 부산지방해양항만청에 주거시설 허용을 요청한 상태다. 작년 12월 해운대관광리조트(해운대구 중동,117층)와 월드비즈니스센터(해운대 센텀시티,108층)가 부산시로부터 연면적의 각각 45%,40%까지 주거시설을 넣는 것을 허용받은 것에 영향을 받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추진 중인 인천타워(송도신도시,151층)도 주거시설을 35~40% 넣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현재 심의 중이다.

◆도시 구조 전반에 악영향 우려

100층 빌딩 계획이 잇따라 무산되거나 기형적 구조로 변질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다.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청사진만 발표한 대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오피스빌딩 군락지가 형성되려면 20~30년이 걸리는데 서울 도심이 아닌 인천 부산 고양시 등에 수요가 적은 초고층 빌딩을 짓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설명이다.

최원철 대우건설 건축개발영업팀 부장은 "미국에서 1980년대 이후 100층 건물을 짓지 않는 것은 건축비가 50층 이하 건물에 비해 2~3배 들어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완공된 100층 빌딩이 6개밖에 없는데 국내에서 12개가 추진된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계획대로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경우 오피스 시장 공급과잉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이 주상복합으로 변질될 경우 인근 주민들로부터 줄소송을 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점희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상무는 "당초 계획을 홍보자료로 삼아 분양한 인근 아파트 단지의 입주민들은 아파트 시공 · 시행사를 비롯해 초고층 빌딩 사업주체,이를 변경해준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다"며 "랜드마크 빌딩이 주상복합으로 분양되면 공급과잉으로 주변 집값도 떨어져 주민 반발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김재후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