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규 삼성자산운용 인덱스운용본부장(49)은 인덱스 펀드의 일종인 '상장지수펀드(ETF) 전도사'로 통한다. 2002년 10월 국내 최초의 ETF인 '삼성KODEX200상장지수'를 만들기도 했지만 2003년부터 7년간 자신의 월급을 ETF에 꾸준하게 투자해 오고 있다. 한마디로 ETF에 장기 적금을 들고 있는 셈이다.

자신이 만든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매니저가 흔하지 않은 현실에 비춰보면 그만큼 ETF가 장기적으로는 높은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다. 배 본부장은 "인덱스 펀드처럼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추종하는 ETF는 한국의 주식 전체를 사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낸다"며 "코스피지수는 추세적으로 우상향하는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장기투자 관점에서 ETF를 포함한 인덱스 펀드는 좋은 투자 수단"이라고 말했다.

◆장기투자 수익률은 액티브 펀드 앞서

대부분 투자자들은 ETF를 포함한 인덱스 펀드가 액티브 펀드보다 못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물론 잘만 고르면 액티브 펀드만한 게 없다. 실제 2004년 7월 설정된 '한국투자삼성그룹1'의 누적 수익률은 258%로,지수만 따르는 인덱스 펀드보다 100%포인트 높다. 2004년부터 20007년까지 강한 상승장이 펼쳐진 덕분이다.

하지만 이는 수익률 상위 펀드들에 국한된 얘기다. 평균 수익률을 놓고 장기 비교하면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이 더 낫다. 펀드평가 업체인 KBP펀드평가에 따르면 2004년 이후 7년간 인덱스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42.28%(4월16일 기준)로 액티브 펀드(140.01%)를 앞지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115.11%에 머물렀다.

인덱스 펀드 중 최근 5년간 코스피지수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린 펀드가 93%에 달해 액티브 펀드(86%)보다 높다.

구지영 KBP펀드평가 연구위원은 "특정 스타일이나 섹터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가 많은 액티브 펀드의 특성상 장기적으로는 코스피지수 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인덱스 펀드는 시장 전체에 고루 투자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따라가는 효과가 있어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덱스 펀드는 특히 지수가 횡보하거나 하락하는 시기에 빛을 발한다. 대우증권이 2002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73개월간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와 액티브 펀드의 평균 성과를 비교분석한 결과 주가 급상승기(2005년 7~12월,2007년 1~10월)에는 액티브 펀드(수익률 97.9%)가 인덱스 펀드(88.3%)를 앞섰지만,횡보기(2006년 1월~2007년 2월)에는 3.6%의 수익률로 액티브 펀드(-0.9%)보다 나은 성과를 냈다. 특히 하락기(2007년 10월~2009년 2월)에는 36.4% 수익으로 액티브 펀드(-39.1%)를 압도했다.

◆장기투자에 복리의 마력을 담아라

인덱스 펀드는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분산 투자나 노후자금 마련 같은 장기투자에 적합하다. 인덱스 펀드가 장기투자에 유리한 이유는 펀드보수 때문이다. 인덱스 펀드의 평균 총 보수는 0.737%로 액티브 펀드(2.017%)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지수를 초과하는 수익을 목표로 하는 액티브 펀드는 '스타급' 펀드매니저와 대규모 리서치팀이 필요해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인덱스 펀드는 주로 시스템에 의해 운용돼 적은 비용으로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펀드가 주식 매매를 할 때 들어가는 매매수수료도 액티브 펀드는 종목 교체가 잦아 높은 반면 인덱스 펀드는 빈도가 낮아 많이 들지 않는다.

펀드보수는 단기간 놓고 보면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10년 이상 장기투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보수를 떼고 매년 재투자되는 금액이 커지는 '복리효과'를 통해 수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펀드 수익률이 연 10%로 같을 경우 월 50만원씩 적립식으로 30년을 투자하면 보수가 2.5%인 액티브 펀드는 1억5727만원이 빠져나간다. 반면 보수가 1.5%인 인덱스 펀드는 총보수가 1억900만원으로 4827만원 적게 든다. 때문에 인덱스 펀드와 액티브 펀드의 평가금액은 각각 7억711만원과 6억3212만원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

장봉영 한국투신운용 시스템운용본부장은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보수차에 따른 복리효과는 더욱 커진다"며 "장기투자를 고려한다면 인덱스 펀드를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민제/서정환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