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침몰 사고로 서해 백령도 해상에 가라앉은 천안함의 함미 부분이 15일 수면 위로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냈다.

지난달 26일 백령도 서남쪽 2.5㎞ 해상에서 침몰한 지 꼭 20일 만이다.

우리 해군 1천200t급 초계함인 천안함은 사고 발생 당시 6.3노트(시속 11.7㎞)의 속도로 기동하던 중 선체에 원인 미상의 충격을 받고 침몰했다.

함정에 타고 있던 승조원 104명 가운데 58명이 해경 등에 의해 구조됐고 46명은 실종됐다.

장병 구조가 진행 중이던 같은 날 오후 11시께에는 북쪽에서 미확인 비행물체가 레이더에 포착돼 인근에 있던 초계함인 속초함에서 함포가 5분간 불을 뿜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북한 정찰기 또는 전투기가 접근한 것으로 주장하기도 했지만 합참은 "미확인 물체가 식별돼 사격했지만 새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해군은 사고 발생 다음날인 같은 달 27일부터 사고원인 조사와 실종자 수색을 위해 3천t급 구조함인 광양함과 해군 해난구조대(SSU) 등을 현장에 투입해 탐색작업에 돌입했다.

군은 함수 일부가 물 위에 노출되어 있을 때 위치표식 '부이'를 설치했지만, 부이는 선체가 완전히 침몰하는 과정에서 거센 물살에 끊어져 버렸다.

해난구조대 잠수사들은 사고 발생 3일째인 같은 달 28일 오전 구조작업을 위해 사고해역에 입수를 시작, 오후 7시57분께 함수에 부이를 설치한 데 이어 같은 날 오후 10시31분께 어선의 도움을 받은 옹진함이 음파탐지기로 함미를 찾았다.

해군은 선체가 발견된 이후 함정과 잠수사를 대거 투입해 함미와 함수가 발견된 해역을 중심으로 집중 수색 작업을 벌였다.

같은 달 29일 아시아 최대 수송함인 독도함(1만4천t급)이 탐색.구조 작업을 총괄 지휘하기 위해 사고 해상으로 긴급 투입됐고 미국 함정 살보함과 해경의 경비함정 등도 수색작업을 측면 지원했다.

같은 날 오후 8시31분께 잠수부들은 천안함 함미 틈새에 공기를 주입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실종자들의 생존 연장을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번번이 변덕스런 기상 조건과 빠른 조류의 흐름, 시계 '제로'의 수중 시야 등으로 난관을 맞았고 급기야 같은달 30일 오후 2시께 해군특수전여단 수중폭발팀(UDT) 소속 한주호 준위가 함수 부분 탐색 도중 실신,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기상 악화로 중단됐던 구조작업은 사흘 만인 지난 2일 재개됐으나 같은 날 오후 8시30분께는 수색작업에 참여했던 저인망 어선 '금양 98호'가 조업구역으로 돌아가던 중 옹진군 대청도 인근에서 침몰, 선원 9명 전원이 실종됐고, 이 가운데 2명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어지는 비보 속에 결국 3일 오후 6시10분께 남기훈 상사가 천안함 함미 상사식당 부분에서 실종자 중 처음으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고 같은 날 오후 9시40분께 실종자 가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수색작업 중단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이튿날인 4일 군은 실종자 구조.수색작업에서 선체 인양작업으로 전환하고 민간 인양전문업체와 함께 천안함 인양을 위한 해저지형 및 선체 아래 터널굴착 위치 탐색작업 등을 시작했다.

천안함 사고 발생시각 등에 대한 조사 결과 발표와 생존장병의 기자회견이 있었던 7일 오후에는 함미 기관조정실 부분에서 김태석 상사가 실종자 중 두 번째로 시신으로 발견돼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한편, 군과 민간 업체는 조수간만의 차가 작아 수중작업에 유리한 '조금'을 이용, 인양에 필요한 작업을 추진했으나 조류의 영향이 작은 조금에도 거센 바람과 높은 파도 등 사고해역의 변화무쌍한 기상 여건은 계속 작업 진행을 가로막았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인양작업은 조금씩 진전을 보여 인양에 필요한 3개의 90㎜ 체인 가운데 2개가 연결된 함미 부분은 지난 12일 오후 백령도 해안방향 수심 25m 해저 지점으로 옮겨졌고 이 과정에서 함미 일부가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백령도 해상의 기상 악화로 13일에는 함미 인양 및 유실물 탐색 작업이 중단됐으나 14일 오후 9시31분께 작업크레인선을 이용해 세 번째 인양용 체인 연결작업이 성공했고 20일 동안 서해 바다 속에 가라앉았던 천안함 함미 부분은 15일 최종 인양됐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