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효과'에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원 · 달러 환율이 1100원 선 근처까지 떨어지면서 수출주들이 뒷걸음질쳤지만 은행과 보험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으로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개선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원화 강세는 주도주의 상승 탄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증시에선 당분간 호 · 악재 간의 힘겨루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신용등급 상향 이후 국내 증시는 시간이 갈수록 강세를 보인 바 있어 원화 강세에 따른 내수주로의 순환매 유입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원화 강세에 헤지펀드도 '기웃'

코스피지수는 15일 8.58포인트(0.49%) 오른 1743.91로 전날 세운 연중 최고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이날 종가는 2008년 6월18일(1774.13) 이후 22개월 만의 최고치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에 이어 밤 사이 뉴욕증시가 인텔 등 주요 기업들의 '깜짝 실적'을 배경으로 전 고점을 돌파했다는 소식에 외국인 매수세가 이틀 연속 이어졌다. 외국인은 이날 519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중 49%인 2537억원이 은행 보험 등 금융주에 집중됐다.

다만 원 · 달러 환율이 1107원50전으로 이틀 새 16원40전이나 급락함에 따라 삼성전기(-1.56%) 현대차(-0.42%) 등 수출주들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고유선 대우증권 경제금융팀장은 "신용등급 상향으로 자본시장으로 외화 유입이 가속화하면서 원 · 달러 환율이 2분기 중 105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화 강세는 일정 수준까지는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의 매수세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 수급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원 · 달러 환율이 1050원 선 밑으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됨에 따라 매크로 헤지펀드 등 신규 자금이 추가 유입될 가능성이 커 주목된다. 매크로 헤지펀드란 금리나 환율 등 거시 경제변수를 기반으로 투자하는 헤지펀드를 말한다. 최근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굴리는 매크로 헤지펀드 관계자를 만나 본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예전에는 선진국 통화에 주로 투자했지만 위안화 절상 기대를 배경으로 원화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투자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등급 상향 후 주가는 강세

과거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을 때도 외국인은 선제적으로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향 조정 두 달 전부터 외국인은 매수 규모를 늘렸고 지수도 어김없이 오름세를 탔다.

등급이 상향 조정된 후에는 외국인이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서기도 했지만 코스피지수는 오름세를 유지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005년 7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A'로 올린 이후 두 달간 외국인은 1조5510억원을 내다 팔았지만 코스피지수는 10.67% 올랐다. 무디스가 직전 등급인 'A2'로 등급을 조정했던 2007년 7월에는 주식시장이 하락기였던 탓에 등급 조정 이후 한 달간 코스피지수가 10.4% 하락했지만 두 달째엔 주가가 오르면서 누적 수익률은 -2.9%로 개선됐다.

◆내수주 순환매 주목

국내 증시의 우상향 추세는 크게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당분간 시장의 주도권은 내수주로 옮겨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권기정 RBS증권 상무는 "원화가 강세인 국면에서는 수출주보다 은행 등 금융주들의 상승 모멘텀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안 전무도 "등급 상향에 따른 원화 강세가 정보기술(IT) 자동차 등에 묶여 있던 외국인의 관심을 내수주로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적으로 풀린 유동성이 지금까지는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유입됐지만 이제는 금리가 오를 일만 남았다는 점에서 서서히 주식시장으로 옮겨올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보험주들이 주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익 모멘텀이 가장 뛰어나다는 점에서 IT나 자동차주에 대한 매수세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란 설명이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동차는 아직 상대적으로 환율에 대한 민감도가 높지만 IT의 경우엔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제품군 자체가 달라 환율에 따른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분간은 내수주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 있겠지만 본격적인 주도주 교체는 국내 자금의 증시 유입이 재개돼야 가능할 것이란 진단이다.

강지연/김유미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