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는 지난 2월 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치동 사옥(연면적 1만7017㎡)을 537억여원에 매입했다. 3.3㎡당 매입가격은 1403만원이다. 이는 강남권 빌딩들의 직전 고점(2007년 금융위기 직전)인 1500만~1600만원의 90% 수준이다. 작년 말 한솔섬유가 사들인 맵스송파타워의 955만원보다는 500만원 높다. 오피스 매매 전문기업인 신영에셋 홍순만 기획이사는 "최근 사옥으로 쓰려고 강남 빌딩을 매입하려는 중소기업들이 늘었다"며 "개인 자산가들의 매매 문의도 꾸준해 빌딩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남권 빌딩들의 공실률은 높아지고 있다. 선릉역 인근 삼성생명 대치타워는 24.3%에 달한다. 인근 KT선릉사옥은 22.4%다. 인근 이면도로의 개인 소유 H빌딩은 무려 39.4%다.

오피스빌딩 전문업체 ERA코리아의 장진택 기획이사는 "금융위기 이후 공실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빈 방이 늘어나면 결국 임대료 하락과 매매가격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강남 빌딩은 12%가 빈방

최근 강남권 빌딩의 매매가는 오르는데 공실률은 높아지는 이른바 '디커플링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ERA코리아가 서울 강남역 등 강남권 10개 역세권의 연면적 500㎡ 이상 오피스빌딩 389동을 조사한 결과 공실률은 12.1%로 나타났다. 2007년 금융위기 이후 강남권 오피스빌딩 공실률이 1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7년 3분기 4.2%였던 공실률은 금융위기를 맞으며 4분기 7.2%로 치솟은 이후 계속 오름세다.

연면적 500~1000㎡의 소형 빌딩은 공실 상황이 심각하다. 역삼역과 선릉역 주변 소형빌딩은 올 1분기 각각 18.7%,17.2%의 공실률을 보였다. ERA코리아 장 이사는 "공실률이 10%를 넘으면 심각한 수준"이라며 "일부 빌딩의 경우 6개월 이상 대규모 공실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오피스빌딩 매매시장은 지난해 이후 거래량이 늘면서 가격도 오르고 있다. 지난해 강남지역 빌딩 거래건수는 2008년 대비 20% 이상 늘었다. 2008년 9월 이후 급락했던 빌딩 가격도 작년 2분기를 기점으로 상승세로 돌아서 하반기엔 전고점에 근접했다. 강남 테헤란로와 청담동 요지 빌딩은 3.3㎡당 20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오피스빌딩 시장,하반기 타격 받을듯

전문가들은 공실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가격이 오르는 이상 현상은 당분간 지속되다가 이르면 하반기부터 매매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년간의 대세 상승기가 꺾이고 하락 국면으로 접어드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다.

강승일 코람코자산신탁 조사분석팀장은 "2000년 이후 연평균 약 80만㎡의 오피스빌딩이 공급됐지만 향후 3년간 연평균 130만㎡가 쏟아질 예정"이라며 "임대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형 빌딩은 더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오피스빌딩 매매가가 오르는 것은 강남권 빌딩 소유자들 가운데 자금력이 탄탄한 기관 투자가들과 알짜 부자가 많아 웬만해선 임대료를 할인하지 않고 공실 상황을 버틸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피스빌딩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를 받지 않아 반사이익을 누려온 투자상품 중 하나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오피스빌딩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엔 공실률 상승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영에셋 홍 이사는 "오피스빌딩 수요가 감소하고 임대료가 떨어지는 추세여서 투자수익률도 감소할 전망"이라며 "하반기들어 빌딩 매매 가격이 떨어지는 '상고하저' 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