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값 급등…車경기 회복에 가수요까지
국내 백금(플래티늄) 도매가격이 올 들어서만 11.4% 오르며 2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값은 작년 11월 말과 12월 초 고점을 찍은 뒤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6일 서울 종로 귀금속시장에서 백금 도매가격은 3.75g당 평균 25만8000~25만9000원 선에서 거래됐다. 이는 작년 말 거래가격 23만1500~23만2500원에 비해 11.4%가량 오른 것으로,2008년 7월 말 26만원을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1년 전인 작년 4월 초와 비교하면 25%나 올랐다. 자동차 등 산업용 수요가 많은 백금이 전세계 경기 회복 조짐과 함께 수요가 늘어나자 국제 백금시장에 가수요가 붙은 것이 국내 도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공행진 백금,횡보하는 금

종로 귀금속시장 등에서 거래된 국내 백금 도매가격은 작년 9월 일시적인 약보합세를 보인 것을 제외하고는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작년 7월 말 21만원 선이던 백금 도매가는 2개월 뒤인 9월 말 20만5000~20만6000원으로 약보합세로 전환되긴 했지만,한 달 후인 10월 말 21만3000원,12월 말 23만2000원대에 이어 올 들어서도 꾸준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강세는 국제 백금시장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게 직접적인 이유다. 한상은 KGTC(한국 금 트레이딩센터) 트레이더는 "국내 금 · 백금값은 영국 런던,미국 뉴욕 등 국제시장 시세가 거의 실시간으로 반영된다"며 "백금 국제가격의 경우 작년 하반기 이후 40%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이날 금 도매가격은 16만9600원 선으로 작년 말(17만500원 선)에 비해 약간 떨어진 상태에서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두바이 최대 투자기업인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 유예발표로 촉발된 이른바 '두바이 쇼크'로 금값이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12월3일(18만8000원)에 비해선 1만8000원 이상 하락한 것이다.

◆산업용 수요에다 헤지펀드 가세

서울금거래소의 신정엽 사장은 "백금 시세의 강세는 산업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귀금속시장에서 개인 수요는 금에 집중되고 있으며 백금은 주로 기업용이라는 설명이다. 전 세계 백금 소비량의 절반가량이 산업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특히 자동차 점화플러그 및 촉매변환장치와 LCD TV, 석유정제시설 등에 주로 쓰이는 백금은 경기 회복 조짐과 함께 되살아난 자동차 수요가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전세계 자동차 시장은 올 들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리콜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 도요타의 경우에도 지난달 미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18만6863대로 전년 동기보다 41% 증가했다. GM도 지난달 21% 증가한 18만8546대를 팔았으며,포드도 40% 늘어난 18만3783대를 판매했다. 중국과 브라질 등에서도 올 들어 자동차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가 올 1분기에 국내외에서 총 84만258대의 차량을 판매,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6.1% 늘어났다.

이 같은 수요 증가 영향으로 런던금시장협회(LBMA) 고시 가격은 작년 6월 말 온스당 1186달러에 불과했던 것이 작년 말 1466달러로 오른 데 이어 지난 1일 현재 1660달러까지 치솟았다.

반면 금은 그리스 등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LBMA 기준 금 국제가격도 작년 9월 말 온스당 995달러에서 12월 초 두바이 사태와 함께 1212달러까지 올랐으나 올 1월 말 1082달러로 떨어진 뒤 이달 초 현재 1123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금 도매업체인 삼화금은 정진수 사장은 "금 도매값이 올라가면서 연간 14t에 달하던 돌반지 수요가 급감하는 등 국내 개인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