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정원 연구논문…"법관 판단에만 의존하는 양형시스템 보완필요"
"피해자 진술권, 형벌청구권 효력 가져야"


범죄자의 형량을 결정할 때 피해자의 의견이나 진술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강석구ㆍ박광민 연구원은 '양형에서 범죄피해자의 역할 제고방안'이라는 주제의 논문에서 "형사절차상 피해자 참가권을 보장하고 법정 진술을 적극 받아들여 범죄자의 형량 감경 또는 가중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세 여아를 잔인하게 성폭행해 영구상해를 입힌 조두순 사건에서와 같은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피하려면 피해자를 형사사법절차의 객체에서 주체로 끌어올려 법관의 판단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양형 결정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피해자 진술권'의 성격과 범위를 좀더 명확히 해 법정에서의 피해자 진술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형소법 294조의 피해자 진술권이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범죄의 직접적 경험자인 피해자에게 증언의 기회를 주는 단순한 권리가 아니라 '피해자가 법관에게 적절한 형벌권을 행사해 줄 것을 청구하는 사법절차상의 기본권'으로서 효력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논문은 "피고인에 대한 형량의 결정이 단순히 범죄의 경중에 따르기보다는 피해자가 경험한 구체적인 손해를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며 "이런 의미에서 피고인의 최후진술권과 비슷한 양식의 피해자 진술권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가 원고인 검사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하는 '사인소추제'(私人訴追制)와 피해자와 검사가 공동으로 당사자적 지위에서 소송을 벌이는 '부대공소제(附帶控訴制)의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 연구원 등은 "양형에서 피해자의 역할 증가는 형사사법의 사각지대로 물러난 피해자를 다시 무대의 주인공으로 올린다는 의미가 있다"며 "국민의 법감정을 반영하고 사법부에 대한 신뢰회복을 위해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cielo7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