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칸 "사냥꾼 호칭은 오해에서 비롯"

SK와 KT&G에 대한 공격으로 한국시장에서도 악명 높은 투자자 칼 아이칸(74)이 월가로 돌아왔다.

피도 눈물도 없는 한물간 '기업사냥꾼'과 '행동주의 투자자'란 극단을 오가는 평가 속에서 아이칸은 '오해가 있다'고 해명했다.

아이칸은 23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회사를 망가뜨린다거나 모든 이사를 나쁘게 생각한다는 식의 오해를 사람들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사례에서 보듯 그냥 최고경영자(CEO)가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를 풍미했던 적대적 인수.합병과 신속한 구조조정 후 매각으로 정의되는 '기업 사냥꾼' 이미지에 그는 갈기를 세웠다.

아이칸은 이사회 의석을 확보한 후 배당, 주식 재매각, 다른 회사와 합병, 부실사업부문 매각 등 방법을 통해 기업 가치를 빠른 시간 내에 끌어올리곤 했다.

단기간에 수익을 창출하면 매정하게 떠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이칸은 대신 자신을 '행동주의 투자자'로 묘사해주길 원했다.

아이칸은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가치를 수백억달러 어치 끌어올려 주주들에게 수익을 창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의 행동주의 투자는 이미 한물간 시대의 유물이라는 평가가 많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에릭 잭슨은 아이칸이 야후에 투자하면서 악영향을 미쳤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이칸은 2008년 야후 이사회에 입성했지만 지난해 10월 주식을 매각하고 한동안 조용히 지냈다.

사실상 실패 후 물러선 셈이다.

아이칸은 그러나 지난주에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인 라이온스게이트엔터테인먼트를 공개 매수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월가에 공식 복귀했다.

80억달러 상당의 헤지펀드와 약 60억달러의 관리자금을 동원해 바이오 기업인 바이오젠 아이덱과 젠자임의 이사 자리를 얻기 위한 전쟁도 벌이고 있다.

아이칸은 "요즘은 회사를 세우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