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들어가면 세상의 모든 이성이 다 괜찮아 보인다. '

각도를 조금만 바꿔보면 이 말은 서울에도 적용된다. 밤이 되면 빛에 휩싸인 서울은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너무나 예쁜 그대'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차량들의 헤드라이트가 점점이 박힌 도로,서울이 뿜어내는 불빛을 수면 위로 튕겨올리는 한강,늦게까지 불이 꺼질 줄 모르는 마천루가 즐비한 시내의 야경은 화려하다. 모두가 내일을 위해 휴식을 취하는 주택가의 야경도 아름답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듯한 가로등이 은은한 멋을 풍긴다. 서울의 야경을 어디에서 감상하는 게 좋을까.

◆고층에서 내려다보는 야경

높이 올라갈수록 야경은 아름답다. 거기에 365도로 서울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63시티(www.63.co.kr)의 전망대는 독특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술관인 '63스카이아트'가 옛 전망대 자리에 들어와 그림과 야경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가까이에는 예술,멀리는 풍광을 눈에 담아갈 수 있는 장소다.

야경을 보러 63스카이아트를 찾는 연인들이라면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운영되는 '러브 엘리베이터'를 이용해도 좋다. 특별한 사람과 단둘이 짧지만 짜릿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제격인 이 코스는 63스카이아트까지 올라가는 전망 엘리베이터.엘리베이터란 여럿이 한꺼번에 타고 올라가라고 고안된 것일 텐데,이 시간만은 단 두 사람만 탑승할 수 있다. 운행 시간은 1분20초다. 63시티 측에 따르면 엘리베이터 안에 CCTV 등은 전혀 설치돼 있지 않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미술관에서 배병우 김아타 장승효씨 등 사진작가들의 사진전 '더 모먼트 전'을 둘러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아쿠아리움 '63씨월드',밀랍인형이 전시된 '63왁스뮤지엄',아이맥스 영화관 등을 방문할 수 있다. 63스카이아트,63씨월드,63왁스뮤지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63스카이아트 관람이 포함된 러브 엘리베이터 패키지 가격은 2인 기준 3만3000원,63스카이아트 관람료는 1인 기준 1만2000원이다. (02)789-5663

서울의 전망대 중 빠뜨릴 수 없는 게 남산의 'N서울타워'(www.nseoultower.co.kr)다. 서울 어디에서도 N서울타워가 보이듯 N서울타워에서는 서울 어디나 다 보인다.

N서울타워에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지하철 충무로역이나 동대입구역 등에서 버스를 타도 되고,체력에 자신이 있다면 30분 정도 걸어가도 된다.

야경을 보러 가는 사람에게는 케이블카 이용을 권한다.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은 3분 정도.천천히 멀어져가는 서울의 밤이 근사하다. 가능하다면 케이블카를 탈 때 시내 방향이 보이는 쪽에 자리를 잡자.

케이블카에서 내려 전망대에 올라가면 새삼 '내가 몰랐던 서울이 여기 있었구나'라는 마음이 든다. 사방이 유리여서 어디를 봐도 불빛 천지다. 전망대 5층에 있어 풍경 감상과 식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회전식 레스토랑도 명소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문을 여는 전망대의 이용요금은 성인 기준 7000원이다. 케이블카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운행되며 성인 기준 편도 6000원,왕복 7500원이다. (02)3455-9277

◆야경 보러 강으로 산으로

강변에서 보는 야경은 유독 아름답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은 특히 그렇다. 교량 위의 카페들도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현재 광진교 잠실대교 한남대교 동작대교(2곳) 한강대교(2곳) 양화대교(2곳)에 한강교량 전망쉼터 9곳이 자리잡았다. 느긋하게 다리 위를 걸으며 여운을 즐기고 싶다면 광진교의 '리버뷰 8번가'가 좋다. 한강의 교량 중 유일하게 걸을 수 있는 다리인 광진교에 있어 가기 쉽고,카페 사방이 유리여서 조망도 좋다. 동작대교에 있는 '구름카페'와 '노을카페'는 반포대교의 달빛 무지개분수와 한강대교 사이에 있어 전망쉼터 중에서도 야경이 예쁜 곳으로 꼽힌다. 지하철 동작역에서 가까워 접근도 용이하다.

양화대교의 '카페 아리따움 양화'에서는 여의도가 잘 보이고,역시 양화대교에 있는 '카페 아리따움 선유'에서는 성산대교와 월드컵분수가 보인다.

밤에 이곳을 이용할 때 이왕이면 조명이 들어오는 다리 방향으로 자리를 잡는 게 유리하다. 한강 교량 24곳 중 올림픽대교 청담대교 영동대교 성수대교 동호대교 한남대교 반포대교 한강대교 원효대교 가양대교 성산대교 당산철교만 경관조명이 켜진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홈페이지(hangang.seoul.go.kr)에 한강교량 전망쉼터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실려 있다.

가벼운 등산도 괜찮다면 서울이나 인근 산에 올라가 야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서울 성동구 응봉산은 봄마다 낮에는 개나리,밤에는 야경으로 찾는 사람이 많다. 출사족들의 야경 촬영지로 1순위를 달리는 곳이기도 하다. 불밝힌 한강과 시내가 한눈에 보여 산에 오른 보람이 느껴진다.

또 다른 명소는 경기도 남한산성(www.namhansansung.or.kr).남한산성 서문에 올라서면 서울 전체가 거대한 화폭의 그림처럼 좍 펼쳐진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