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우리 함께 한번 외쳐볼까요? 우리는!" "최고다!"

지난 8일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의 지적장애인 직업재활 시설 '우리마을'.마을의 어른이자 촌장인 성공회 김성수 주교(80)가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우리는"을 선창하자 컨트롤 단자의 부품을 조립하고 있던 장애인들은 환한 미소와 함께 "최고다"로 화답했다.

김 주교가 항상 강조하는 이 구호는 기죽어 지내는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몸도 마음도 불편한 지적장애인들이지만 자신감을 잃지 말라는 뜻에서 수시로 함께 목청을 높인다.

'우리마을'은 강화도가 고향인 김 주교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기증해 2000년 3월 개원한 시설.현재 18세 이상 남녀 지적장애인 51명이 함께 생활하면서 정서 안정과 직업교육을 통한 자활을 모색하고 있다. 장애 정도에 따라 생활교육만 받는 사람도 있고,전기부품 조립 · 콩나물 재배 등의 직업교육을 통해 자립의 토대를 마련하기도 한다. 콩나물 재배와 부품 조립 등의 수익으로 장애인들은 적게는 10만원에서부터 많게는 80만원대까지 월급을 받는다.

2008년까지 8년간 성공회대 총장을 지낸 김 주교가 이곳에 온 것은 지난해 8월.총장에서 물러난 뒤 서울과 강화도를 오가다 건축업을 하는 사위가 집을 지어줘 부인 프리사 여사와 함께 아예 거쳐를 옮겼다. '우리마을' 촌장은 그의 마지막 직업이다. "은퇴하면 '우리마을'로 돌아가 장애인들과 함께 보내겠다"며 입버릇처럼 말했던 바람을 이룬 셈이다.

김 주교는 "처음에는 친구들(그는 이곳의 장애인들을 이렇게 부른다)이 한 3년 지내면 상추 · 버섯 · 콩나물 농사법 등을 배워 자립할 줄 알았는데 그게 맘대로 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장애인들에게는 일한 만큼 월급은 주지만 40만원가량의 기숙사비는 개인 부담이라 가난한 집안의 장애인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그의 고민이다.

"예전에 비하면 복지 수준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어요. 앞으로는 가난한 집 친구들도 여기에 와서 기술을 배우고 돈을 벌어서 자립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

현재 이곳에서 재배한 친환경 콩나물은 값이 일반 콩나물의 배나 되지만 연매출이 3억5000원을 넘을 정도로 인기다. 서울 갤러리아백화점과 생활협동조합 등에 납품하고 삼성코닝은 한 달에 한 번씩 '콩나물 데이'를 정해 150만원어치 안팎의 콩나물을 사간다. 덕분에 콩나물공장은 100% 가동 중이다. 이날도 장애인들은 300g들이 콩나물 1700봉지를 담느라 신나는 표정이었다.

김 주교는 "일없는 사람에겐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다. 장애인에게도 일을 가르치고 일자리를 주면 얼마든지 스스로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화=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