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수 맞대결보다 일본 선수 꺾도록 응원해달라"

"여기는 일본 땅입니다.일본에서 한국 선수들끼리 맞대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그보다는 일본 선수들을 이길 수 있도록 성원해 주세요."

'제비 군단의 수호신' 임창용(34.야쿠르트 스왈로스)이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한국에서는 자신과 이승엽(34.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맞대결에 관심이 많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본의 유명 선수들을 제압하는 것이라고 했다.

10일 오전 일본 도쿄 도심에 위치한 메이지 진구구장 옆 연습그라운드에서 투구훈련을 마친 임창용과 일문일답을 가졌다.

--일본에 온 지 벌써 3년째인데 올해 달라진 게 있나.

투구 폼도 좀 바뀐 것 같은데.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작년과 똑같다.투구 폼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대신 구질이 좋아야 한다.구질을 가다듬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손끝으로 볼을 채면서 회전 수를 늘려갈 생각이라고 들었는데.

▲노력은 하고 있는데 잘 안 늘어나는 것 같다.평상시처럼 하면서 '느낌'을 찾으려고 한다.

--볼 회전 수가 늘어나면 무엇이 좋아지나.

▲볼에 힘이 떨어지지 않고 끝까지 살아나간다.볼이 안 떨어지고 홈플레이트까지 살아간다는 뜻이다.

--작년에는 고시엔구장에서 시속 160㎞를 찍고, 이곳 진구구장에서 구속이 159㎞까지 나왔다.올해도 자신 있나.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서 그런지 구속에는 자신이 없다. 나는 마무리 투수이니까 팀이 이기는데 집중할 생각이다.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이 2.05였는데 올해 목표는.

▲물론 1점대 방어율(평균자책점)이다. 딱히 수치를 목표로 잡아놓진 않았지만. 최대한 적게 블론세이브를 줄이는 것이 목표이다. 또 팀이 클라이맥스 시리즈를 넘어 재팬시리즈까지 가도록 해야 한다. 재팬시리즈에서 꼭 던져보고 싶다.

--오는 26일부터 요미우리와 개막 3연전을 갖는데 이승엽과 맞대결을 앞둔 각오를 말해달라.

▲한국에 계신 팬들은 한국 투수와 타자가 일본 야구장에서 상대하는 데 관심이 있는 것 같지만 솔직히 한국인 맞대결에는 관심을 갖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올해는 (김)태균이, (이)범호도 와 있는데 이들을 상대하기는 껄끄러운 게 사실이다.여기는 일본이다. 일본의 유명 선수들이 있지 않느냐. 그들과 대결에서 이길 수 있도록 성원해 달라.

--아무튼 개막전에 임하는 각오가 있을텐데.

▲내가 일본에 온 첫 해인 재작년에 요미우리와 진구구장에서 개막전을 가져 3연승을 한 적이 있다. 올해도 개막 3연승을 하는 것이 목표다. 내가 세이브를 올릴 수 있으면 물론 더 좋을 것이다.

--올해가 야쿠르트와 계약 마지막 해인데. 메이저리그 진출이나 향후 진로를 생각해보지 않았나.

▲기회가 되면 생각하겠지만 여기서든, 어디서든 야구하는 것은 똑같다. 구체적인 것은 시즌이 끝나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임창용은 10일 지바롯데 마린스 경기와 11일 세이부 라이온스 경기에는 등판하지 않고 12일 진구구장에서 열리는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경기에 출격한다. 이범호(29)와 맞대결이 예정돼 있는 셈이다.

(도쿄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