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자 "사진은 가짜지만 야생 호랑이는 진짜" 주장

2년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호랑이 사진 조작 사건이 중국에서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멸종된 지 24년 만에 촬영했다는 야생 '화남 호랑이(華南虎.일명 중국 호랑이)'의 사진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처벌받은 촌민이 결백을 주장하며 항소하고 문책당한 공무원이 양회(兩會)에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하면서다.

가짜 호랑이 사진 촬영자에게 2만 위안의 포상금을 준 책임을 지고 해임된 주쥐룽(朱巨龍) 전 산시(陝西)성 임업청 부청장은 최근 "가짜 호랑이 사진 사건의 진상이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다"며 진실을 가려달라고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양회에 보냈다고 신쾌보(新快報)가 9일 보도했다.

주 전 부청장은 2007년 10월 안캉(安康)시 전핑(鎭坪)현 청관(城關)진 원차이(文彩)촌 촌민 저우정룽(周正龍)이 선저우완(神州灣)산 절벽에서 찍은 호랑이의 사진을 감정한 결과 진짜 야생 호랑이로 판명됐다며 "1983년 후베이(湖北)성에서 발견된 이후 24년 만의 일"이라고 공표, 당시 중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의 잇단 의혹 제기에 진상 조사를 벌인 산시성 당국은 이 사진이 합성된 가짜 사진임을 밝혀내고 공개 사과한 뒤 주 전 부청장 등 관련 공무원 13명을 징계했다.

저우는 사기죄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2년 6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주 전 부청장은 그러나 공개서한에서 "저우가 최근 변호사를 선임, 항소하면서 '사진은 조작됐지만 호랑이는 진짜'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심지어 자신의 결백을 밝히겠다며 호랑이를 잡으려고 여러 차례 산에 오르려 했다"며 "진상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고 이를 덮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인대 대표와 정협 위원들이 산시성과 공안 당국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벌여 이 사건의 진실을 가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주 전 부청장의 공개서한에 대한 각계의 반응은 냉담하다고 신쾌보는 전했다.

이 사건을 다뤘던 산시성 고등법원의 안둥(安東) 법원장은 "재판은 법에 따라 공정하게, 공개적으로 진행됐다"며 "재판 과정에서 수없이 번복했던 저우의 말은 믿을 것이 못 된다"고 일축했다.

주 전 부청장이 기대를 걸고 있는 양회 대표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산시성 인민 대표 셰징룽(謝經榮)은 "가짜 호랑이 사진 사건은 이미 오래전 일로, 조작된 것으로 판명났고 저우도 죄를 인정했다"며 "호랑이가 진짜라는 것은 저우의 주장일 뿐 입증할만한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누리꾼 역시 "저우를 구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살아 보려고 애쓰는 것 아니냐"거나 "저우의 가짜 사진 사건 배후에 관료들이 있음을 고백하는 것일 뿐"이라고 공개서한을 띄운 주 전 부청장의 의도를 의심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만약 저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호랑이를 방치하는 꼴"이라며 "헛수고가 될 수 있겠지만 호랑이를 찍었다는 지역에 대한 정밀 조사를 벌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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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p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