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지 입주효과 없네…강북 전셋값 안꺽여
지난 23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제기역 인근에 자리잡은 용두래미안.총 1054채 규모의 재개발 대단지인 이 곳은 26일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여느 입주 단지처럼 인테리어 업체들의 홍보 현수막들이 건물 외벽 여기저기에 붙어 있다. 부동산중개사들과 함께 집을 보러 다니는 사람들도 가끔씩 눈에 띈다.

"전세 매물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가격도 많이 올랐지요. "

이 일대 한경 베스트공인중개사로 활동 중인 강후철 부동산허브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강 대표는 또 "통상 1000채 규모의 대단지가 입주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전세를 놓아 잔금을 청산하려는 매물들이 쏟아져 전셋값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이곳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이파트 79㎡(24평)형의 전셋값은 2억3000만~2억4000만원,112㎡(34평)형은 2억7000만~3억원 선이다. 전세매물이 미리 나와있던 작년 10~11월에 비해 평형별로 3000만~5000만원 정도 올랐다.

매매가격도 오름세다. 79㎡형의 경우 4억5000만원,112㎡형은 5억5000만원 선이다. 2007년 9월 일반 분양 당시 각각 79㎡형 3억3500만원,112㎡형 4억8000만원으로 고분양가 논란을 빚었던 때와 대조적이다.

이처럼 입주에 따른 물량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은 최근 강남지역에서 촉발된 전세난이 강북으로 옮겨 붙은데다 대규모 철거 이주 수요에 비해 신규 입주 단지가 턱 없이 부족해서다.

용두동 인근 월드부동산 관계자도 "용두래미안에 비견할 만한 인근 단지로는 2년 전 입주한 황학동 롯데캐슬(총 1870채) 정도가 있는데 작년 11월만 해도 용두래미안의 전세가격이 저렴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20평형대는 1000만~2000만원 정도 더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용두래미안 앞에서 영업 중인 백산공인의 장재수 대표(한경 베스트공인)도 "최근 전세난으로 인해 강남 지역에서 이사 오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며 "특히 단지 조경 등이 잘돼 있는데다 지하철역(1호선 제기역,2호선 용두역),할인점,관공서 등이 단지 바로 옆에 있는 등 강북지역에서 이 만한 아파트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강북지역에서의 이같은 전세난이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장 대표는 이와 관련, "인근 왕십리뉴타운,숭인 · 창신뉴타운,전농 · 답십리뉴타운,청량리 균형발전촉진지구 등 뉴타운지역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1만5000채 이상이 철거되는 재개발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당분간 철거이주에 따른 전세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