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륙이 최대의 명절인 춘절(14일)로 들썩이고 있다. 폭설과 강추위가 몰아쳐 안후이성 허페이공항 등이 폐쇄됐지만 춘절 열기는 식지 않는다. 연인원 25억명으로 추정되는 춘절 귀성 인구로 중국의 하늘과 땅의 길이 붐빈다. 시내 곳곳엔 춘절 기간 중국 전역을 전쟁터처럼 만들 폭죽을 파는 임시상점이 들어섰다. 고향에 갈 표를 사기 위해 하루이틀은 꼼짝 않고 자리를 지켜야 하는 기차표 판매점 앞의 긴 줄은 춘절 기간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세계 인구의 5분의 1인 13억명의 사람이 잠 못 드는 대축제의 모드에 들어간 것이다.

◆초호화판 '저녁 패키지' 인기

섣달 그믐날(13일) 오후부터 중국의 춘절은 가열 모드에 들어간다. 그믐날 오전 집안에 복을 비는 글씨와 그림을 붙인다. 이때 복(福)자를 거꾸로 붙이는데 '복자가 뒤집어졌다'는 푸다오러(福倒了)라는 말이 '복이 온다'(福到了)와 발음이 비슷해서 생긴 관습이다. 오후엔 남자들이 조상의 묘소에 가 조상을 모셔온다. 이를 궈녠(過年)이라고 한다. 긴 대나무 장대에 폭죽을 걸어 터뜨리며 산소 봉분에는 조상이 쓰실 돈(노란종이)을 놓는다.

이날 저녁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한다. 녠예판(年夜飯)이라고 부르는 그믐날의 정찬이다. 요즘엔 고급 식당이나 호텔에서 녠예판 식단을 따로 팔기도 한다. 테이블당 1000위안 안팎의 저렴한 것도 있지만,특별한 날이란 이유로 제비집요리 곰발바닥 등 판매가 금지된 요리까지 끼워넣고 한 테이블에 6만위안을 받는 초호화 녠예판도 등장하고 있다.

저녁식사 후엔 설날 아침에 먹을 만두를 빚는다. 밤을 새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그믐날 저녁부터 설날 새벽까지 계속되는 CCTV의 '춘제완후이(春節晩會)'란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90%를 넘는다. 설날 0시를 알리는 이 프로그램의 10초짜리 광고료는 5201만위안(약 88억원).밤 12시가 되면 전국은 일제히 '전쟁터'로 변한다. 가족들이 집밖으로 나와 폭죽을 터뜨리는 소리가 새벽까지 이어진다. 폭죽을 터뜨리는 이유는 악귀를 쫓는다는 것.

설날 아침엔 주로 물만두를 먹는다. 일부 남방지역에선 찹쌀떡을 즐기기도 한다. 10개에 1개꼴로 동전이나 복(福)이라고 쓴 종이를 넣어 만두를 빚는다. 식사 중 동전 등이 들어간 만두를 씹은 사람은 그해 대운이 트일 것이란 덕담을 듣는다. 아침식사 후엔 이웃으로 세배를 다닌다. 과거엔 남자들만 세배를 다니고,여자는 초사흘이 지나야 대문 밖에 나갈 수 있었다. 붉은 봉투(홍바오)에 든 세뱃돈을 건네는 것은 한국과 비슷하다. 중국사람들이 좋아하는 8일째 되는 날과 정월대보름에 폭죽이 그믐날 저녁처럼 요란하게 터진다.

◆애인 대행업 · 춘절떴다방 극성

중국 남쪽 끝의 휴양지인 하이난다오의 춘절 기간 방값은 5성급 호텔을 기준으로 하루에 1만5000위안(약 255만원)에 달한다. 방값이 평소의 10배 이상 오르는 데는 춘절을 겨냥해 방을 입도선매한 뒤 이를 손님에게 빌려주는 일종의 '춘절떴다방'이 한몫하고 있다.

애인 대행업도 등장했다. 고향에 갈 때 여자친구나 남자친구로 소개하기 위한 것.설날 부모님한테 결혼하라는 잔소리를 듣고 스트레스 받는 것이 싫은 결혼 정년기에 들어선 사람들이 주요 손님이다. 임시애인을 대행하는 가격은 학력과 외모,그리고 이동거리에 따라 하루 300위안부터 2000위안까지 다양하다.

중국 춘절의 상징물인 폭죽도 해마다 진화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불꽃이 튀는 모양이 다양해지고 색도 화려해졌다. 악귀를 쫓는다는 의미에 맞게 소리도 요란하다. 길어야 30초 정도인 폭죽 한통이 비싼 것은 1만위안이 훨씬 넘는다. 한 집안에서 폭죽을 터뜨리는 데 몇 만위안을 쓰는 것은 기본이다. 폭죽의 위력이 강해지면서 해마다 사고도 크게 늘고 있다. 불량 폭죽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베이징의 변두리인 5환도로 밖에서만 폭죽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불꽃을 터뜨리는 중국사람들의 '폭죽 사랑'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