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선언 그쳐..'메시지' 효과 무시 못 해
상임의장 판롬파위, 일단 성공적 데뷔


유럽 발(發) 금융위기 '진앙'인 그리스 재정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유럽연합(EU)의 특별 정상회의 결과가 불안감 해소에 어느 정도 효과를 가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상회의에서 어느 회원국이 어떠한 방식으로 어느 정도의 지원을 할 것인지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채 '정치적' 선언에 그쳤다는 평가 탓에 금융시장은 일단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리스의 재정위기 극복에 도움을 주겠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을 뿐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내주 초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와 EU 재무장관회의(경제ㆍ재무이사회.ECOFIN)로 넘긴다는 정상회의 결과가 발표되자 유럽 주요 증시가 하락하고 유로화도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별 정상회의 결과에 온 신경을 집중했던 금융시장이 이처럼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은 정치적 선언만으로는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힘들다는 인식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유로존, 나아가 EU 회원국들이 결국은 그리스를 어떤 식으로든 지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고 정상회의에 앞서 독일과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이 재정 지원에 합의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짐에 따라 구체적 방안까지 도출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팽배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정상회의가 정치적 합의라는 '립 서비스'에 그쳤다는 점이 실망감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헤르만 판롬파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하 상임의장)과 당사국인 그리스의 생각은 이러한 시장의 반응과 다르다.

판롬파위 상임의장은 정상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나는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그동안 금융시장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알 수 없었고 (시장 동향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오늘 회의에서 우리가 그리스 재정위기를 해소하는데 연대감과 책임감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면서 특별 정상회의 결과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는 "유로존들이, 나아가 EU가 그리스 재정위기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금융시장을 혼란케 하는) 투기세력에 경고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EU가 정치적으로 그리스의 재정위기를 방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은 이른바 '구제 불가(no-bail out)' 조항의 법 해석 논란에도 불구하고 다른 회원국이 언제든, 어떻게든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고 이러한 선언이 나온 이상 지원 방식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판롬파위 상임의장과 파판드레우 총리의 발언도 이 연장 선상에서 "정치적 선언을 간과하지 말라. 구체적 지원방안은 재무장관들이 숙고해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마련할 수 있다"라는, 분명한 메시지라는 시각이 대두한다.

한편, 작년 12월1일 리스본조약 발효와 함께 취임한 판롬파위 상임의장은 취임 후 첫 주재한 이날 특별 정상회의에서 비교적 무난하게 해법을 도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조용히 타협을 추구하는, 타협의 달인'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정상회의 직전까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키'를 쥔 당사자들과 머리를 맞대 원칙적 합의라는 정치적 결과물을 이끌어 내고 정상회의에서도 이를 관철시키는 정치력을 발휘, 상임의장으로서 성공적으로 데뷔?다는 평가다.

(브뤼셀연합뉴스) 김영묵 특파원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