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발 재정위기 사태가 유럽연합(EU)의 결속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유럽 분열의 시발점이 될지 주목되고 있다.

독일 일간 디차이트는 10일 "그리스발 위기가 역설적으로 EU의 결속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사태로 국가별 경제력과 재정건전성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단일통화로 묶인 취약점이 드러난 만큼 EU의 경제 통제권을 강화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도 "헤르만 판 롬파위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이번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을 휩쓴 그리스발 위기를 EU가 각국 재정정책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강국들은 이번 위기 전에는 공동의 경제정책에 대한 관심이 사실상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각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크 칼로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위기 덕분에 유럽 지도자들이 통합을 가속화하고 EU의 구조를 개혁할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각에선 "단일통화 체제가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유로존을 유지하기 위해 큰 부담을 짊어지게 된 독일과 프랑스 등지에서 유로화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그리스 사태가 포르투갈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로존의 약한 고리로 번지면서 독일이 주도적으로 창설했던 유로화의 안정성이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유럽 단일통화라는 실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결국 독일이 가장 큰 부담을 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도 "재정 상태가 좋은 나라들이 재정이 엉망인 나라를 구해주는 게 올바른 일도 아니고,추가 위기가 발생할 때도 반복적으로 가능한 옵션인지 의문"이라며 "원론적 차원에선 일부 국가들의 유로존 퇴출이나 국제통화기금(IMF) 지원 등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리스는 적어도 도덕적으로는 파산 상태"라며 "국가부도 가능성까지 제기된 그리스가 먼저 도덕성부터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WSJ는 "기업이 주가를 올리려고 회계장부를 조작하면 형사범죄가 되지만 그리스에선 이 같은 사기를 정부가 자행했다"며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