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의 차기 사령탑은 누가 맡을까. 하이닉스 주주협의회가 10일 오는 3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 후임자를 내부에서 발탁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주협의회 간사인 외환은행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간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경영 · 지배구조를 정착시키겠다"며 대표이사와 별도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과 관련,누가 이사회 의장이 될지도 이목을 끌고 있다.

하이닉스 차기 경영진은 채권단 지분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불확실성 속에서 경영실적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주주협의회는 복수의 CEO 후보자들을 추천받아 △경영능력 △전문성 △내부 인화 등을 기준으로 선임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회사 안팎에선 반도체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박성욱 부사장(52),CFO(최고재무책임자)인 김민철 전무(56),전략기획실장을 거쳐 중국 우시법인장으로 있는 권오철 전무(52) 등을 유력한 후보군으로 보고 있다.

하이닉스의 신사업 및 제조부문을 총괄하는 최진석 부사장(52)도 거론되고 있지만 최근 반도체 장비회사인 AMK의 기술정보 유출사건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 사건으로 제조담당 임원이 구속되고 삼성전자-하이닉스 간 관계도 예민해진 상황인 만큼 채권단이 삼성 출신이자 제조 총책을 맡고 있는 최 부사장을 발탁하는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부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출신 고교인 동지상고(현 포항동지고)를 나와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미국 생산법인의 엔지니어링을 총괄했으며,지금은 본사 연구소장직을 맡고 있다. 전문성이 강한 전형적인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이 강점이지만 종합적인 경영능력 평가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이다.

김 전무는 중앙고와 연세대 요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유타대 재료공학과를 수료했다. 구매 재무 등의 경영관리 업무에 정통한데다 내부 신망도 두터운 편이다. 최근 반도체 경기침체 국면에서 유상증자 등을 통해 회사의 재무구조를 안정시켰다는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제조 부문의 경험이 없는 것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권 전무는 계성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전자(하이닉스 전신)에 입사해 마케팅팀장,전략기획실장 등을 역임했다. 제조 부문을 제외한 다방면에 걸쳐 경험을 쌓았고,미국법인과 중국법인 근무를 통해 나름의 글로벌 감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김종갑 사장 체제에서 본사를 떠나있었던 데다,인문계 출신이라는 점을 주주협의회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거론되는 후보자들 모두 회사 성장에 기여한 사람들"이라며 "회사 내부 역량과 시장 흐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누가 되든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계 2위의 메모리반도체 회사인 하이닉스는 2002년 재무구조 악화로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간 이후 외환은행 출신의 우의제 사장과 산자부 차관을 지낸 김종갑 현 사장 등 외부인사가 CEO를 맡아왔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