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업률이 5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고용시장에 봄은 오지 않고 있다.

미 노동부는 1월 실업률이 9.7%로 전월에 비해 0.3%포인트 떨어지면서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고 5일 발표했다.

그러나 실업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1월 한달 간 2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진 것으로 집계돼 고용시장은 여전히 위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이 크게 떨어진 것은 실업자 가운데 거듭된 구직노력이 실패로 돌아가자 구직을 아예 단념한 사람들이 실업자 통계에서 제외된 것이 주된 이유다.

구직을 포기해 실업자 통계에서 제외된 인원은 1월 중 110만명으로 1년 전의 73만4천명에 비해 대폭 늘어났다.

당초 시장전문가들은 1월중 일자리가 5천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으나 이러한 예상을 깨고 2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진 것으로 집계된 것은 고용사정의 개선이 예상보다 훨씬 더디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자리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올라가지 않고 떨어진 것은 두 지표의 기초 데이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실업률 통계는 일반 가계를 조사대상으로 삼아 실업자 숫자를 파악하는데 월간 일자리 증감 수치는 기업들의 감원 및 신규고용 현황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두 지표 사이에는 편차가 생긴다.

실업률 하락이 구직단념자들의 증가를 반영했다는 점과, 전체 일자리수가 감소했다는 것은 미국의 고용사정이 여전히 한파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초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올해 1.4분기중에 일자리수가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했다.

기업현장에서는 감원이 속출하고 있지만 경기회복의 온기를 먼저 체감하는 분야에서 고용이 서서히 증가하면서 1분기중에는 사라지는 일자리수보다 고용이 더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예상이 올해 1월부터 현실화될 것으로 점쳤지만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운 편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고용사정이 계속 악화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비록 1월에 예상과 달리 일자리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감소 속도는 현저히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월 중 사라진 일자리의 수는 지난해 11월(일자리 6만4천개 증가)을 제외할 경우 이번 경기침체 시작 이후 가장 낮은 수치에 해당한다.

작년 1월의 경우 77만9천개의 일자리가 없어진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정도로 개선이 이뤄진 셈이다.

특히 1월중 제조업 부문의 고용이 1만1천개 늘어 2007년 1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인 것을 비롯해 여러가지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또 주당 평균 노동시간도 33.3시간으로 전월보다 0.1시간 늘면서 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시간당 임금도 18.84달러에서 18.89달러로 증가했다.

제조업 부문의 초과근무시간도 3.5시간으로 늘어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기업들이 당장 고용을 늘리지는 않지만 일손 부족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들이다.

그렇다고 당장 2월부터 고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근 몇달동안 나타난 지표들은 고용사정이 최악의 국면을 벗어난 것은 확실하지만 회복속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디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