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결혼한 지 6년이 된 주부 김모씨(33)는 화가 단단히 났다. 결혼 후 지금까지 전세를 살아온 김씨는 그동안 꾸준히 불입해오던 청약저축액이 최근 600만원을 넘어 올 하반기부터는 시프트(서울시 20년 장기전세주택) 당첨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지난달 시프트 청약에 가점제를 전격 도입하는 내용의 입법 예고안을 발표한 뒤 이 같은 김씨의 꿈은 사라졌다. 원래 청약저축 불입액만을 기준으로 당첨자를 정했던 전용면적 84㎡(옛 공급면적 33평)형 시프트가 일반 아파트 청약처럼 무주택 기간,세대주 나이 등을 따져 가점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바뀔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김씨와 같은 30대 젊은 부부들의 당첨 가능성이 줄어든다.

김씨는 "이번에 결혼 후 3년에서 결혼 후 5년으로 확대된 신혼부부 특별공급 기준도 적용받지 못한다"며 "가점제를 도입하더라도 기존 청약제도를 신뢰해온 수요자를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씨처럼 서울시가 이달 말부터 시행할 예정인 "장기전세주택 운영 및 관리 규칙안'에 따라 당첨 확률이 낮아지게 될 20~30대 젊은층의 반발이 거세다.

3일 입법예고가 종료될 이 규칙안과 관련,서울시로 접수된 의견제출 건수만 140여건.강동구에 거주하는 최모씨는 "지금 사는 집과 가까운 강일지구(이달 말 공급예정)에 청약하려고 일부러 작년 시프트엔 손도 대지 않았는데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며 "유예 기간도 없이 하루 아침에 정책을 변경할 수가 있느냐"고 따졌다.

구체적인 가점 항목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가 시내 거주기간과 무주택 기간 외에 일반아파트 청약에는 없는 세대주 나이를 가점에 추가해서다.

서울시가 시프트 청약에 가점제를 도입한 것은 2007년 첫 공급 이후 시프트가 갈수록 인기를 끌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이 아이디어를 내 '오세훈 아파트'란 별칭까지 붙은 시프트에 보다 합리적인 청약 기준이 마련된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기존 제도를 신뢰한 청약 수요자를 보호하고 각 입주민들의 특수한 사정을 헤아리려는 서울시의 노력이 다소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이호기 건설부동산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