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 우성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김모씨(34)는 아파트 재계약 문제로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2008년 초 2억1000만원에 얻은 109㎡(공급면적) 전세 아파트 시세가 현재 2억8000만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김씨는 "계약 당시에는 1억8000만원에도 구할 수 있었던 전세가 이젠 너무 올라 재계약은 진작 포기했다"며 "현 전세금으로 갈 수 있는 비슷한 크기의 신축 빌라를 찾고 있다"고 푸념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전세난이 연초부터 가중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지난해 말 서울 강남권에서 시작한 '학군발 전세난'이 초 · 중 · 고교 겨울방학 시즌과 인사철을 맞아 올 들어 서울과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게다가 전세난 소식에 올해 봄 신혼부부까지 서둘러 전셋집 마련에 나서면서 전세난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전세난 시대의 전셋집 찾기 노하우'를 알아봤다.

◆공급 많은 곳을 찾아라

전세를 구할 때는 먼저 신규 입주 등 공급 물량이 많은 지역을 파악해야 한다. 특히 대단지 입주가 예정된 곳은 이르면 2개월 전부터 전세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므로 쉽게 전세를 구할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셋집을 구하려면 신규 입주 단지와 입주 2년차 아파트를 먼저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대규모로 신규 입주하는 단지는 집주인들이 잔금을 납부하려고 일시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전세를 놓는 경우가 많다"며 "상대적으로 싼 값에 새 아파트 전세를 얻을 수 있어 금상첨화"라고 귀띔했다.

서울에서는 은평뉴타운,경기 지역은 광명 · 고양 · 남양주 등지에 신규 입주 물량이 많아 전세물건을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광명은 1억7000만~1억8000만원으로 20평형대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고양시 성사동 래미안휴레스트 전용면적 81㎡의 전셋값은 1억5000만원 선이다. 전세 계약기간이 2년인 만큼 입주 2년차 아파트도 눈여겨 볼 만하다.

◆수도권 외곽은 대중교통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수도권 외곽에서 전세 아파트를 구하려면 대중교통 여건을 눈여겨 보라고 조언한다. 전세를 구할 때는 가격이 싼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필요할 때 바로 전세를 뺄 수 있는 '환금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역세권은 '배후 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에 환금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교통 여건이 나쁘면 전세를 찾는 사람이 드물어 전세금을 받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수도권 중에서 교통이 불편한 축에 속하는 남양주 진접지구의 경우 20평형대 전세를 7000만원 선에서 구할 수 있지만 입주 수요가 적다. 이에 최근 전세 급등기에도 전셋값이 1000만원 정도 떨어진 상태다.

부동산114 김 부장은 "수도권 외곽이라도 서울 도심 등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신역세권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닥터아파트의 김주철 팀장은 "전세를 구할 때는 입주 물량이 많은 곳 외에 서울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교통이 편리한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 물건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며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전세 수요가 마무리되는 4~5월 정도까지 기다린 뒤 전세 물건을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새 아파트만 고집하지 마라

전문가들은 저렴한 전셋집을 구하려면 새로 지은 아파트를 '고집'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새 집이 좋기는 하지만 비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어진 지 20~30년 된 재건축 아파트는 주거환경이 다소 떨어지는 대신 좋은 입지에다 싼 가격에 전세를 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재개발 · 재건축사업이 진행 중인 지역은 향후 사업이 추진되면 2년의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할 수 있으므로 계약 전에 이를 확인해야 하는 것은 필수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재건축 아파트 단지는 매매가는 12억~13억원 선이지만,전셋값은 최근 들어 2억원 선을 갓 넘겼다. 입주 24년차인 서울 송파구 거여동 도시개발1단지는 70㎡의 전세가격이 1억1500만~1억4000만원,82㎡는 1억2000만~1억4500만원 선으로 주변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다. 입지 여건은 양호하다.
닥터아파트 김 팀장은 "재개발 · 재건축 아파트는 주거환경과 이주에 대한 걱정 때문에 이주 수요가 적어 전셋값이 저렴하다"면서 "통상 재개발 · 재건축 사업은 오랜 시일이 걸리는 만큼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잘 고르면 싼 값에 좋은 환경의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