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오르는 강남재건축…전고점 돌파한 곳도
최근 서울 강남권 일부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몇몇 단지에서는 시세가 직전 고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먼저 지난해 9월 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 확대 이후 9억6500만원에서 9억4000만원까지 매매가가 떨어졌던 강동구 둔촌주공1단지 전용면적 89㎡는 최근 9억9000만원까지 집값이 올랐다. 같은 단지 59㎡도 지난해 9월에 7억500만원이던 시세가 작년 11월에는 6억5500만원까지 떨어졌으나 최근에는 7억2500만원으로 다시 올랐다. 이들 두 평형의 가격은 작년 9월의 고점을 돌파한 시세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신3차 아파트 132㎡ 역시 12억9000만원까지 떨어졌던 시세가 최근 13억6500만원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9월 시세와 비교해서도 4500만원 비싼 수준이다. 이 같은 상승세의 원인은 국지적인 개별 호재에 있다. 둔촌주공1단지는 지난해 12월 말 조합설립인가로 매매가가 급하게 오르고 있으며,한신3차단지는 최근 법적 분쟁이 해소되며 사업 리스크가 줄어든 것이 요인이 됐다.

지난달에는 개포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따른 용적률 상향이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개포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상승세로 반전했다. 잠실주공5단지 역시 정밀안전진단에 들어가면서 한 달 전과 비교해 매매가가 주택형별로 5000만원씩 올랐다.

일부 단지의 매매가가 상승하면서 재건축 가격 변동률도 작년 12월 중순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강남권 4개구의 재건축단지 가격 변동률은 12월 첫째주까지 하락세를 기록하다 둘째주부터 반등해 1월 첫째주에는 0.36%를 기록하는 등 상승폭이 커졌다.

하지만 호재가 없는 다른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여전히 시세 변화 없이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시장이 조용한 상황에서 각개약진하는 일부 재건축 단지가 전체 가격변동률을 밀어올리는 착시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가격 전망과 관련,올 3월까지 개포지구 용적률 변경 결정,잠실주공 5단지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안전진단 통과 가능성 등 호재가 대기하고 있어 추가 상승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반면 현 시세에 이 같은 호재도 반영돼 있어 상승폭이 크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있다. 김은경 부동산114 부장은 "가격이 올라도 추격 매수세가 잘 따라붙지 못하는 등 호황기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