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흘리는 얼굴 사진 선전 포스터 제작

부패와 섹스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에 몰렸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시위자의 공격으로 부상한 사건을 이용, 정치적 반격에 나섰다.

30일 일간지 일 메사제로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 13일 밀라노 중심가에서 시위자가 던진 조각상에 맞아 피흘리는 자신의 얼굴 사진이 담긴 대형 선전포스터를 제작해 대량 배포할 것을 지시했다.

6m x 3m 크기의 이 포스터 한 쪽에는 피흘리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진과 함께 "사랑은 항상 증오를 이깁니다"라는 문구가, 다른 한쪽에는 얼굴에 반창고를 붙인 총리 사진과 "이제는 더는 미워하지 맙시다"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일 메사제로 등 이탈리아 언론은 이 포스터가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정치적 반전의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부상한 이후 야당들은 총리와 여당에 대한 극단적 비판을 상당히 자제하고 있으며, 여당은 더 똘똘 뭉치면서 조기 총선 이야기도 쑥 들어간 상태다.

또 최근 여론 조사에선 이탈리아인의 약 70%가 정치 싸움에 염증을 느끼고 있으며, 정치인들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전력을 기울여 줄 것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리의 부상은 이러한 정치적 싸움에 종지부를 찍는 역할을 했으며, 확산돼 가던 총리에 대한 비판론 대신 동정론이 확대된 상황에서 베를루스코니 측이 총리-피해자라는 이미지를 통해 정치적 반전을 노리고 나선 것이라고 일 메사제로는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와 함께 자신의 부패에 대해 엄정한 입장을 취해온 사법부에 대한 `개혁' 등 그동안 야당과 여론에 밀려 주춤해 왔던 각종 정책들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성탄 휴가 기간에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알파노 법무부 장관을 독대하고 사법 `개혁'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정치적 승부수는 내년 3월 실시될 지방선거에서 국민적 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총리에게 상당히 유리할 것으로 일 메사제로는 전망했다.

(로마연합뉴스) 전순섭 통신원 soonsubro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