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세입자들에게 혹독한 한 해였다. 이사철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전셋집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고, 가까스로 전셋집을 찾았더라도 만만치 않은 전셋값으로 발걸음을 돌리기 일쑤였다.

올해 초부터 학군· 교통우수지역에서 시작된 전셋값 상승세는 강북권 재개발 이주수요까지 맞물리면서 서울 전역으로 확산됐고, 서울에서 전셋집을 찾지 못한 세입자들은 서울 외곽 경기지역으로까지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서울 전세가격은 한 해 동안 9.43%가 올랐고, 경기 지역에서는 서울 출·퇴근이 편리한 과천시, 의왕시, 하남시 일대 전셋값이 치솟는 양상을 띠었다.

18일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의 전세가격은 7.68%(3.3㎡당 441만원→475만원)가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9.43%(3.3㎡당 588만원→644만 원)로 가장 많이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0.45%(3.3㎡당 592만원→589만 원)가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경기도는 7.53%(3.3㎡당 369만원→396만 원) 상승했고, 인천은 2.72%(3.3㎡당 318만원→327만 원) 수준에 머물렀다.

◆서울-서초구 19.63% 올라 서울 전세값 견인

서울 전세시장은 학군 우수지역을 비롯한 지하철 9호선 개통 수혜지역에서 전세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전통적 학군 우수지역인 강남권에서는 서초구가 19.63%(3.3㎡당 772만원→923만원)로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올랐고, 그 뒤를 송파구 18.23%(3.3㎡당 670만원→792만 원), 강남구 11.32%(3.3㎡당 848만원→944만 원) 순으로 집계됐다.

강동구와 광진구는 송파구 전세가 영향을 크게 받았다. 같은 면적이라도 1억원 이상 가격이 차이나자 송파구 일대 세입자들이 인근지역으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이에 따라 강동구가 13.09%(3.3㎡당 500만원→566만원) 뛰었고, 광진구는 11.23%(3.3㎡당 642만원→714만원)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교통여건 개선으로 세입자들이 크게 몰린 곳도 눈에 띄었다. 지하철 9호선 개통에 최대 수혜지로 꼽힌 강서구는 염창동, 가야동 일대로 강남, 여의도 출퇴근자들이 모이면서 연간 11.07%(3.3㎡당 494만원→548만원)가 올랐다. 특히 이 일대는 화곡2주구 재건축 이주수요까지 겹쳐 그야말로 '전세대란'을 방불케 했다.

이어 학군 대기수요가 풍부한 양천구가 9.55%(3.3㎡당 658만원→721만원)로 바짝 쫒았고, 은평구 8.42%(3.3㎡당 485만원→526만 원), 마포구 8.15%(3.3㎡당 625만원→676만 원), 중구 7.94%(3.3㎡당 680만원→734만원) 등의 순으로 상승세를 이었다.

개별 단지별로 살펴보면 가장 많이 오른 서초구에서는 반포동과 잠원동 일대 아파트 단지가 전세가 상승세의 주역이었다. 반포동 자이 165㎡(50평형)가 58.65%(5억 2000만원→8억 2500만 원)로 1년 간 3억 500만원이 올랐고, 115㎡(35평형)는 42.86%(3억 8500만원→5억 5000만원)가 뛰었다. 잠원동 한신4차 115㎡(35평형)는 연간 75.00%(2억원→3억 5000만원) 상승했다.

송파구에서는 신천동 장미1차 109㎡(33평형)가 59.38%(1억 6000만원→2억 5500만 원), 가락동 쌍용아파트 95㎡(29평형)는 50.00%(1억 4000만원→2억 1000만원)가 올랐다. 강남구에서는 삼성동 힐스테이트 46㎡(14평형)가 올 초 1억 4500만원이었던 전세가가 2억 500만원으로 41.38% 뛰었다.

이밖에 강동구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 145㎡(44평형) 75.00%(2억→3억 5000만원), 광진구 광장동 현대10차 109㎡(33평형) 38.64%(2억 2000만원→3억 500만원), 강서구 가양동 도시개발2단지 56㎡(17평형) 19.35%(7750만원→9250만원), 양천구 신정동 신시가지13단지 89㎡(27평형) 33.33%(1억 8000만원→2억 4000만원) 등이 전셋값 상승세에 일조했다.

◆경기, 인천-과천시 34.42% 전국 최고 상승률 기록

경기도는 올 초 3.3㎡당 369만원 했던 전세가가 396만원으로 7.53% 올랐다. 경기지역은 서울 전세값이 상승하자 세입자들이 서울 접근성이 뛰어난 서울 외곽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그 중 강남권 접근이 쉬운 과천시는 서울 전셋값에 부담을 느낀 이주수요가 많았고, 화성시는 삼성, LG 등 대기업 공장의 증설로 직원들이 몰렸다. 의왕시는 포일자이, 두산호수마을, 래미안에버하임 등 교통이 편리한 내손동 일대 새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세입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지역별로는 과천시가 34.42%(3.3㎡당 619만원→832만원)의 상승률을 보이며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이어 화성시 22.66%(3.3㎡당 274만원→336만원), 의왕시 20.61%(3.3㎡당 391만원→471만원), 하남시 16.65%(3.3㎡당 391만원→456만원) 등이 상위에 랭크됐다. 구리시 12.36%(3.3㎡당 418만원→470만원), 용인시 10.34%(3.3㎡당 343만원→378만원), 수원시 8.89%(3.3㎡당 368만원→401만원) 등도 전셋값 상승을 거들었다.

단지별로 살펴보면 과천시는 원문동 래미안슈르 105㎡(32평형)가 63.04%(2억 3000만원→3억 7500만원), 주공2단지 59㎡(18평형)는 47.06%(8500만원→1억 2500만원)로 치솟았다. 별양동 주공5단지 122㎡(37평형)도 65.12%(2억 1500만원→3억 5500만원)로 조정되면서 상승세를 이끌었다.

의왕시에서는 오전동 모락산현대 109㎡(33평형)가 1억 2000만원에서 1억 5500만원으로 29.17% 상승했고, 화성시에서는 기산동의 대우푸르지오 89㎡(27평형)가 62.96%(6750만원→1억 1000만원), 128㎡(39평형)는 80.00%(7500만원→1억 3500만원)로 올랐다.

인천지역은 교통과 상업시설이용이 편리하고 학군수요가 풍부한 부평구 3.99%(3.3㎡당 347만원→361만원)가 높은 변동률을 보였다. 뒤를 이어 서구가 3.96%(3.3㎡당 275만원→286만원)의 상승세를 나타냈고, 남동구가 3.23%(3.3㎡당 324만원→334만원) 오르는 등 아파트 밀집지역 위주로 전세거래가 활발했다. 그러나 최근 5년 간 송도지구, 논현지구, 한화지구 등에서 신규입주 물량이 많아 전체적인 상승률은 2.72%(3.3㎡당 318만원→327만원)로 서울, 경기에 비해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개별단지로는 삼산동 삼산타운2단지 105㎡(32평형)가 1억 2000만원에서 1억 5000만원으로 25.00% 뛰어 부평구에서 가장 많이 오른 곳 중 하나로 조사됐다. 마찬가지로 삼산동 삼산타운7단지 105㎡(32평형)는 1억 3500만원에서 22.22%(3000만원)가 오른 1억 6500만원에 거래됐다.

이밖에 서구에서는 왕길동 대림e-편한세상 178㎡(54평형)가 28.00%(1억 2500만원→1억 6000만원), 남동구 간석동 래미안자이 109㎡(33평형)가 23.08%(1억 3000만원→1억 6000만원), 남구 학익동 동아·풍림 82㎡(25평형) 22.58%(7750만원→9500만원) 등의 아파트가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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