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올해 지구촌에는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버락 오바마 후보가 내걸었던 선거 구호인 'Yes We Can(우린 할 수 있어)'이 무색하지 않게 굵직한 변화가 많았다.

떠오른 인물의 대표주자는 역시 오바마 미 대통령이다. 지난 1월20일 그가 워싱턴DC 의사당 앞에서 취임 선서를 했을 때 현장에 나온 180만명의 인파뿐만 아니라 10억명에 달하는 세계인들이 TV로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의 탄생을 지켜봤다. 새 시대의 희망이 오바마에게 모아진 것이다. 재임 1년도 안 된 그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은 국제사회의 기대치가 얼마나 높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그가 어느 정도의 '변화'를 이끌어낼지에 대해선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화려한 수사와 달리 그가 이끌어낸 외교적인 성과가 아직은 별로라는 지적도 많다. 국내 현안인 의료보험 개혁은 점점 누더기가 되고 있으며, 금융개혁은 지지부진하다. 최근엔 지지율도 40%대로 추락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지난 8월 총선에서 54년간 계속된 자민당 정권을 무너뜨리며 일본 정치의 새 장을 열었다. 하토야마 내각은 정치개혁과 아시아 중시 외교를 전면에 내걸고 자민당 정권과 차별화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하토야마 내각은 출범 즉시 자민당 정권에서 추진 중이던 공공사업을 중지하고 각 행정부서 실세인 관료의 힘을 약화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외교에서도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하토야마 내각에 대한 지지는 디플레이션,대미관계 파열음, 정치자금 문제로 급속히 꺾이고 있다.

초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으로 지난 1일 취임한 헤르만 반 롬파위 전 벨기에 총리는 '유럽합중국'의 고민을 여실히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의 선출은 강대국과 약소국, 좌파와 우파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EU 소속 27개 국가들의 세력균형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이었다. 하지만 소국 출신인 데다 국제무대 경험이 적은 롬푸이 상임의장이 얼마만큼 미국과 중국에 맞서 유럽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자신의 독자적인 영역을 넓힐지는 미지수다.

연임이 확실시되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올해 미국 언론이 최대 스타로 꼽는 인물이다. 그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뿐만 아니라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의 '세계 대표 지성'에도 선정됐다.

중앙은행장이라는 직책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선정이다. 타임은 "올해의 화두는 경기 후퇴였다"며 "버냉키 의장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예외적인 제로금리와 제조업체에까지 자금을 지원해주는 파격적인 정책에 후한 점수를 준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들과 보통의 미국인들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금융위기 이후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위상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저우 행장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에 문제가 드러났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기반한 새로운 국제통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뒤를 이을 것으로 유력시되는 시진핑 부주석의 화려한 국제무대 행보 역시 지구촌의 관심을 끌었다.

마거릿 찬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올해 신종플루 유행으로 국제기구인 WHO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8월 독일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9초58)와 200m(19초19)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3관왕에 오른 자메이카의 '인간 탄환' 우사인 볼트도 세계인의 뇌리에 깊숙이 박힌 인물이다.

올 여름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유명세를 탄 소셜네트워크사이트 트위터 창업자인 에반 윌리엄스와 비즈 스톤은 이제 IT업계의 총아로 떠올랐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무십일홍.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다고 했던가. 지난해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를 힘겹게 수습해야 했던 2009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 낙화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아랍에미리트(UAE)의 최빈국에 속했던 두바이를 오늘날 '중동의 진주'로 탈바꿈시킨 주역인 셰이크 모하마드 라시드 알 막툼 두바이 에미르(통치자)는 지난달 26일 두바이 최대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하면서 '사막의 현자'에서 '공상적 개발독재자'로 추락했다. 그는 과감한 개방 정책을 통해 막대한 해외 자본을 두바이로 끌어모았고,세계 최대의 인공섬인 '팜 아일랜드 프로젝트'(2001년)와 세계 최고층 빌딩인 '버즈두바이'(818m · 2004년) 개발을 진두지휘하면서 두바이 신화를 몰고 왔다. 하지만 그런 그도 금융위기의 후폭풍은 피해가지 못했다. 최근 아부다비 정부의 100억달러 지원으로 두바이쇼크는 간신히 진정됐지만,지나친 차입과 외형에 대한 집착이 빚어낸 모래성은 언젠가 무너지게 마련이라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제너럴모터스(GM)는 망해도 GM 재무본부 출신은 망하지 않는다'며 막강한 세를 과시해온 프리츠 헨더슨 전 GM 최고경영자(CEO)도 금융위기로 자동차 왕국 GM이 몰락하면서 초라하게 퇴장했다. 지난 7월 미국 정부가 지분 72%를 보유한 '뉴GM'이 탄생하면서 상황이 역전,백악관의 입김이 GM 재무통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외부인사인 에드워드 휘태커 GM 이사회 의장(현 GM CEO)은 오펠 매각 등을 둘러싸고 번번이 이사회와 마찰을 빚은 헨더슨 전 CEO를 8개월만에 경질했다.

벤델린 비데킹 전 포르셰 CEO도 경영난으로 운명이 뒤바뀐 기업인 중 한명이다. 1983년 엔지니어로 포르셰에 입사한 비데킹은 숙적인 폭스바겐 인수 과정에서 포르셰를 100억유로의 빚더미에 올려놓고,결국은 폭스바겐에 역인수당하는 수모를 겪으며 지난 7월 물러났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외도 스캔들은 두 황제의 사생활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지난 6월 잭슨은 컴백공연을 2주 앞두고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사인은 심장마비로 발표됐지만 그를 부검한 미 LA검시소가 사인을 마취제 프로포폴 과다 처방에 따른 주치의의 살인으로 결론내리는 등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들끓었다. 우즈는 최근 내연녀와의 스캔들로 이혼위기를 맞으면서 후원사들이 잇따라 계약을 취소하는 등 골프계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8월1일 '필리핀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이 향년 76세로 타계했다. 민주주의의 큰 별이 진 것이다.

EU 정상회의 초대 상임의장으로 유력시됐던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무명의 롬파위에게 밀려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잃었다. 지난 6월 마누엘 셀라야 온두라스 전 대통령은 군사쿠데타로 졸지에 해외로 추방됐고,이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개혁파 미르 호세인 무사비 후보는 마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무력제압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