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서울 ·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모두 13만4000여채로 2006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기지역 입주 아파트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로써 대규모 택지지구 아파트 공급이 잇따르는 용인 고양 파주 남양주 등에서는 전세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8일 주택건설업계와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내년 전국에서 입주가 이뤄지는 아파트 수(임대 · 장기전세,오피스텔 제외)는 450개 단지에 총 24만777채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21만7789채)보다 10.5%(2만2988채) 늘어난 물량이다.

특히 경기지역 입주물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용인 고양 등에서만 각각 1만여채가 넘는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내년 경기도에서 입주가 시작되는 아파트 수는 올해보다 16.4% 많은 9만1359채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2005년 이후 경기지역 입주물량 중 최대 규모다.

경기지역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은 2007년 말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앞두고 그해 상반기부터 아파트 분양이 대거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전체 입주 아파트 수는 올해보다 9.7% 많은 13만4354채로 최근 4년 새 가장 많은 입주가 진행된다. 서울과 인천 입주물량은 올해보다 소폭 감소한 2만8581채와 1만4414채씩이다.

내년에 지방에서 집들이가 이뤄지는 아파트도 올해보다 소폭 늘어날 예정이다. 내년 지방 입주물량은 10만6423채로 올해보다 6000채가량 많다. 지역별로는 경북(1만6739채)이 가장 많고 이어 대구(1만4103채) 충남(1만2365채) 부산(1만2275채) 경남(1만1477채) 울산(1만514채) 등의 순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용인 고양 파주 남양주 등에서 입주물량이 일시에 풀리며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시공사도 입주자들을 제때 입주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전세수요자 입장에선 시기적으로 내년 12월에 입주가 많아 내년 말이 전세물건을 고르기에 적기라는 분석이다.

스피드뱅크 조민이 팀장은 "입주물량은 인근지역 전세시세에 그대로 반영된다"며 "분양아파트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규 아파트나 기존 거주아파트 전세를 급하게 내놓을 경우 작년 하반기의 잠실처럼 전세가격이 한동안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2006년 하반기와 2007년 상반기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자목적으로 신규 분양아파트를 분양받은 수요자가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이들이 내년 신규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으면 '역전세난'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조 팀장은 덧붙였다.

내년 경기지역 가운데 용인에서는 동천동과 신봉동에서 삼성물산 동부건설 동일하이빌 등의 아파트 1만3870채 입주가 시작된다. 고양에서는 식사지구 덕이지구 등을 중심으로 1만3565채,파주는 교하지구 등에서 9244채,남양주는 진접지구 등에서 8380채의 아파트 입주가 각각 이뤄진다. 광명도 7173채,김포 5202채,수원은 5128채의 아파트가 준공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서울 지역에서는 입주물량이 올해보다 537채 줄어드는 데다 입주물량의 70% 이상이 강북지역에 있어 강남지역의 전세물량 부족 현상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