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2일 시행된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과학탐구영역 한 문항에서 복수정답이 인정됐다.

특히 최근 들어 본 수능과 모의 수능을 통틀어 출제 오류로 인한 오답 및 복수정답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어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신뢰도가 다시 한번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 반복되는 출제 오류 = 교육계에 따르면 수능시험에서 복수정답 등 출제 오류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의 예로 2007년 11월 실시된 2008학년도 수능시험에서는 물리II 11번 문항에 대해 평가원이 성적 채점까지 마친 상황에서 뒤늦게 복수정답을 인정해 논란이 일었다.

물리II 11번은 이상기체의 압력과 부피, 온도의 변화를 보여주는 그래프와 이를 설명하는 예시문을 제시한 뒤 옳은 것을 모두 고르도록 한 문항으로, 이상기체를 언급하면서 `단원자 분자'라는 조건을 명시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이상기체는 단원자 분자와 다원자 분자로 구분되는데 문항에서 `단원자 분자'라는 조건을 명시했느냐, 안 했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당시에는 평가원이 이미 정답을 확정해 발표하고 채점까지 끝낸 뒤 수험생에게 성적표를 모두 배부한 상황이었다.

학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한국물리학회가 공식적으로 나서 오류 가능성을 제기했는데도 평가원은 성적 재채점 등의 부담 때문인지 `이상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결국 이를 번복하고 복수정답을 인정해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로 인해 등급제였던 당시 수능에서 물리II에 응시한 수험생 총 1만9천597명 중 1천16명의 등급이 재조정되는 사태가 빚어졌고, 역대 평가원장 가운데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했던 정강정 원장이 혼란의 책임을 지고 중도 사퇴하는 불운을 겪었다.

앞서 2003년 11월 실시된 2004학년도 수능에서는 언어영역 17번이 문제가 됐다.

시인 백석의 `고향'과 그리스 신화 `미노토르의 미궁'을 제시한 뒤 `고향'에 등장하는 `의원'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을 `미노토르의 미궁'에서 찾는 문항이었다.

평가원은 이 문항에 대해 ③`미궁의 문'을 정답으로 발표했으나 서울대 최모 교수 등이 ⑤`실'이 정답이라며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평가원이 심사를 거쳐 복수정답을 인정했다.

하지만 다행히 2007년과 달리 성적이 통보되기 전이어서 그리 큰 혼란은 초래되지 않았다.

최근 들어서는 모의 수능에서도 복수정답 시비가 종종 불거졌다.

지난해 6월 모의 수능에서는 수리 나형 28번에 대한 오류 가능성이 제기돼 평가원이 복수정답을 인정했으며, 같은해 9월 모의 수능 때도 정치 9번 문항이 역시 복수정답 논란에 휘말렸으나 평가원이 인정하지 않았다.

올 6월 모의 수능에서는 직업탐구영역 일부 문항에 대해 복수정답이 인정됐다.

◇ 왜 반복되나 = 2004학년도 수능에서 복수정답 문항이 처음 나온 이후 최근에는 본 수능뿐 아니라 모의 수능에서도 복수정답 논란이 한층 잦아지고 있다.

워낙 국가적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정답 하나하나에 수험생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지만 평가원은 기출문제 시비, 한정된 문항, 출제 인력풀 등의 이유를 들어 오류 논란이 이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즉 `문항 풀'이 한정된 상황에서 예전 출제됐던 문항을 똑같지는 않더라도 유사하게 출제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용납해 줄 필요가 있음에도 우리 사회가 이를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30여일의 출제기간에 기출문제를 체크하는 데만 상당 시일이 소요되고 기출문제 시비를 막으려 문항에 자꾸 변형을 가하다 보니 미처 예상치 못한 오류가 생긴다는 것.
또 시험의 민감성 때문에 출제위원으로 선정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인력 풀을 구성하기 쉽지 않는 데다 기본적으로 출제 과목이 너무 많고 문항 수도 1천100여개나 돼 이 중 한 개라도 시비가 없게 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고 평가원은 설명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교과서나 참고서 외에 수험생들이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쏟아지고 있다는 점도 갈수록 출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과거엔 무조건 `교과서 기준'이라는 상식이 통했기에 문항 오류에 대한 이의제기도, 복수정답 논란도 적을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워낙 다양한 자료가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수험생 한명 한명의 인생이 걸린 국가시험에서 오답 또는 복수정답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시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중차대한 문제라는 비판은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