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뤼스, 로마네 콩티, 샤토 디퀴엠 등 최고급 와인이 전 세계 미식가들의 입맛을 잡아끌면서 '짝퉁'도 덩달아 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19일 전했다.

최근 짝퉁 와인이 증가하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의 신흥 부호들이 최고급 술을 찾으면서 가격이 치솟는다는 사정과 관련이 있다.

보르도 와인 생산업자 단체인 그랑 크뤼 클라세 위원회의 실뱅 브와베르 대표는 "(짝퉁 와인의 거래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고급 와인 가격이 오르면서 위조가 늘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랑 크뤼 클라세는 최고급 프랑스 와인을 의미한다.

짝퉁 와인을 만드는 이들이 노리는 건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어 프리미엄이 붙기 쉬운 보르도산 최고급 와인 5∼6종과 로마네 콩티 등 부르고뉴산 와인이다.

짝퉁이라고는 해도 공장에서 만드는 것은 아니고, 소규모로 제조한다.

위조 방법으로는 진품 라벨을 복사해서 붙이거나 제조업자의 이름을 살짝 바꿔 넣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진품 병에 질 낮은 와인을 넣거나 최고급 와인과 질 낮은 와인을 섞는 일도 있다.

웃지 못할 일도 생기고 있다.

한 프랑스 와인 전문가는 "내가 알기에는 1945년산 로마네 콩티는 600병뿐"이라며 "하지만 와인 경매에서 내가 본 것만 해도 수천병에 이른다"고 말했다.

유명한 부르고뉴 와인업자인 로랑 퐁소씨는 2008년 뉴욕에서 열린 경매에 참가했다가 거기서 팔린 와인 107병 중 106병이 짝퉁이라는 사실을 안 뒤로는 뉴욕에 와인을 팔러 가지 않는다.

퐁소씨는 이런 기억 때문에 "와인 위조업자는 아시아인이 아니라 유럽인이나 미국인"이라고 비난한다.

중국은 최근에서야 와인 위조에 뛰어들었다.

르노 가이야 프랑스 와인 수출업자연맹(FEVS) 부대표는 "중국은 와인 위조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며 중국산 위조 와인은 아직 샹파뉴나 코냑이 많긴 하지만 최근에는 페트뤼스나 마르고 같은 고급 와인도 위조돼 팔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재미있는 것은 명품 와인업자의 짝퉁에 대한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그 이유에 대해 퐁소씨는 "루이 뷔통과 달리 소규모 와인업자들은 자신이 가진 와인을 다 팔더라도 여전히 소송을 벌일 만한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와인업자들이 짝퉁 문제가 두드러지는 걸 바라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프랑스 와인 전문가인 클로드 마라티에씨는 "와인업자들은 불만을 터뜨리긴 하지만 언제나 조용히 말한다"며 "그들은 혹시 전체 와인이 의심을 받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