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첫 채권 발행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보금자리주택 건설,토지 비축 등 LH의 핵심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LH는 지난 6일 실시한 5년 만기 1000억원 규모의 채권 발행이 응찰자 부족으로 실패했다고 9일 밝혔다. LH 채권은 올 들어 9월 말까지 이미 16조3000억원어치나 발행돼 시장이 채권을 소화할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LH 관계자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때도 1년에 3~4차례 정도 채권 발행이 연기되는 경우가 많아 우려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공기업 채권 발행이 많았던 데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합병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LH의 채권 비중을 줄이는 바람에 채권 발행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LH는 이번 주말께 재입찰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LH의 부채비율이 9월 말 현재 499%에 달하는 등 재무 건전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아 현재로선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더욱이 연기금이 한 기업에 과도하게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동일기업 자산운용비율 제한 조항 때문에 추가로 채권을 매입하기는 쉽지 않다. LH는 금융감독원이 감독규정상 LH채권에 대해서는 자산운용비율 적용 제외 채권으로 지정했지만 금융회사들은 내부 지침이 바뀌지 않아 추가로 채권을 매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10월 말 현재 보험사 연기금 은행 등이 보유 중인 LH채권은 4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시장에서는 향후 LH의 자금 조달 수요가 큰 데다 현 상황에서는 원활한 자금 조달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LH의 부채는 급증하고 있다. 이자를 내야 하는 금융부채는 6월 말 67조원에서 9월 말 84조원으로 3개월 만에 17조원 늘어났다.

이에 따라 LH는 내년부터 2~3년간 채권 발행 규모를 10조원으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대신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원화 채권 발행 비중을 줄이고 해외 채권 발행을 늘리는 등 외부 자금 조달원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재 보유 중인 토지와 주택(공공임대)을 기초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거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을 통해 사업자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문제는 재원 조달 규모가 축소되면서 보금자리주택 등 국책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