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대선 결선투표를 불과 6일 앞두고 압둘라 압둘라가 후보가 결선투표 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아프간의 대선 정국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압둘라 후보는 1일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선투표 불참 의사를 공식화했다.

압둘라 측은 1차 투표에서 불거졌던 부정의 재발을 막고자 자신이 제시한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을 결선투표 불참 이유로 제시했다.

앞서 압둘라는 선관위원장과 선거운동에 개입한 의혹이 있는 내무, 교육, 부족 담당 장관의 즉각적인 교체 등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이 없는 조건을 제시했다.

또 그는 1차 투표에서 문제가 됐던 이른바 '유령 투표소'를 결선투표에는 운영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압둘라 후보의 결선 불참은 카르자이를 꺾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에서 나왔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압둘라는 1차 투표에서 득표율이 30.59%에 그쳤다.

반면 카르자이는 부정 논란 속에 전체 득표의 상당 부분이 무효처리되고도 49.6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더욱이 카르자이는 전체 인구의 40%가 넘는 파슈툰족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타지크족과 파슈툰족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압둘라의 지지기반은 카르자이에 비해 훨씬 취약하다.

또 결선투표 패배 시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축소되고 대정부 협상력도 떨어질 것을 우려해 이 같은 조처를 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두 후보 간의 협상을 중재했던 잘마이 칼릴자드 전직 주아프간 미국 대사는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압둘라의 결선투표 불참 결정에 대해 "우선 그는 (결선투표를 치를 만큼) 충분한 돈이 없다.

또 그가 현재 주어진 조건에서 승산이 없으며 1차 투표 당시보다 득표율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압둘라가 결선투표 불참을 무기로 카르자이와 본격적인 권력분점 협상을 시도하거나, 결선투표를 지연시키고 과도정부 구성을 유도해 카르자이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조건을 만들려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날 압둘라가 결선투표 불참 의사를 공식화하면서도 지지자들에게 투표 보이콧 요구를 하지 않은 것은 추후 권력분점 협상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어쨌든 압둘라 후보의 결선 불참 선언으로 아프간 정국은 더욱 깊은 혼돈의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아프간 헌법과 법률상에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결선투표를 통해 최종 당선자를 가린다는 원칙만 명시되어 있을 뿐, 결선투표 후보 중 한 명이 사퇴할 때에 관한 언급은 없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남은 후보의 무투표 당선 여부를 가릴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 경우 당선자의 정통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한 고지에 선 카르자이도 이런 방식을 원치는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또 설령, 압둘라의 포기 선언을 무시한 채로 결선투표가 치러지고 이를 통해 카르자이가 당선되더라도 투표의 공정성을 둘러싼 시비는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은 압둘라 없이 결선이 치러지더라도 선거의 정당성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압둘라 후보의 결선 불참 결정 가능성과 관련, "그것은 그가 결정할 문제"라며 "그가 불참하더라도 선거의 정당성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