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숨진 '팝황제'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리허설을 기록한 유작 다큐멘터리 '디스 이즈 잇'이 28일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25개국에서 동시 개봉됐다. 할리우드 배급사인 소니는 이날 미국 LA 노키아극장에서 열린 월드 프리미어 레드카펫 행사를 서울과 런던 베를린 등 12개국 주요 도시 극장에서 위성으로 생중계했다. 국내에서는 CGV 영등포점 인천점 센텀시티점(부산) 등 세 곳에서 팬들을 초청해 보여줬다. 개막 행사가 이처럼 위성을 통해 전세계로 생중계된 것은 처음이다.

이날 행사는 영화 개봉 행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한다. 전세계 관객들이 필름대신 위성으로 개막행사와 영화를 동일한 시간에 즐기면서 감동을 함께 나누는 시대가 온 것이다.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할리우드 여배우 제니퍼 러브 휴이트(멜로영화 '이프 온리'의 주인공)는 "어릴 때 마이클과 함께 무대에 서봤다"며 "이 영화는 평생에 한 번뿐인 기회여서 보러 왔다"고 말했다. 말론 티토 재키 등 잭슨가의 3남매는 "굉장히 슬프지만 마이클의 유산을 팬들과 축하하러 왔다"며 "마이클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니 (가족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할리우드 스타일 아이콘 패리스 힐튼,갱스터 랩의 대표주자 스툽독,힙합계의 대부 P 디디,팬터지물 '언더월드'시리즈의 케이트 베킨세일 등 낯익은 스타들이 대거 참석했다.

영화는 7월부터 50일간 런던 등에서 예정됐던 월드투어를 앞두고 잭슨이 3개월간 맹연습한 리허설 장면들을 재구성했다. 모든 장면들은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시대를 열었던 잭슨의 음악 세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백댄서들을 선발해 화려한 몸동작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다. 스태프들이 뮤직비디오 '스릴러'를 제작하고 뮤직비디오 속 괴물들이 무대로 뛰어나와 잭슨과 함께 신나게 춤추기도 한다. 환경보호를 촉구하는 영상도 음악과 오버랩된다. 아름다운 숲과 동물들이 환경파괴로 인해 불모지로 변하고 어린이가 홀로 그곳에 놓여진다. 잭슨은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노래로 호소한다. 전편에는 그의 대표곡 '빌리 진''빗 잇''스릴러''맨 인 미러' 등 16개곡들이 흐른다.

완벽주의자로서 잭슨의 면모도 보여준다. 그는 춤과 음악,영상과 무대장치가 빈틈없이 돌아가도록 꼼꼼하게 살피는 모습이 생생하게 재연된다. 잭슨은 "팬들을 열광시키려면 환희가 가득한 다른 세상을 보여줘야 한다"고 공연진에 당부한다.

영화 속 모든 장면들은 그의 '노래 사랑'을 되새길 수 있다. 그러나 '빌리진'을 부를 때 기대됐던 '문워크'(댄서가 앞으로 스텝을 딛는 것처럼 보이지만,실제로는 뒤로 움직이는 댄스 기법) 장면이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일반 관객보다는 골수 팬들을 위한 영화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이 영화는 잭슨이 평소와 달리 소장용으로 리허설 장면을 찍도록 허락해 남겨졌다고 한다.

인터넷 다음의 잭슨 팬카페 '문워키즈' 멤버인 나지현씨는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착잡하다"며 "영상을 보니 잭슨이 실제 콘서트를 했다면 그 어떤 가수보다 훌륭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