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 직후에 공원이나 산책로를 걷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짧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평소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려는 고육지책이지만 바람직한 건강법이 못 될 수 있다.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들은 전체 에너지의 10~20%를 소화에 소비한다. 식사 직후에는 이것의 두세 배에 해당하는 열량이 소모되고 근육과 뇌에 있던 혈액이 일시적으로 위 등 소화기관에 몰린다. 따라서 식후에 막바로 운동을 하게 되면 소화기관에 흘러들어가야 할 혈액이 근육과 전신으로 퍼져 위와 장에는 일시적인 혈액공급 부족 상태가 되고 소화에 장애를 주게 된다. 초등학교 시절 점심을 먹자마자 운동장에서 뛰어놀다 오후 수업시간에 배탈로 고생했던 사례가 이 때문이다. 물론 걷기처럼 운동량이 적으면 소화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수 있지만 식사 후 20~30분 정도 휴식한 뒤 서서히 움직이는 것이 이상적이다. 식사 후 가볍게 책을 읽는 것도 효율적이지 않다. 뇌에 혈액이 덜 공급되는 만큼 내용이 머리에 속속 들어오기 힘들고 오히려 오후에 졸음만 심해질 수 있다.

가을철이라 입맛을 당기는 먹거리가 유혹한다. 배불리 먹고 피곤하다고 먹자마자 누워버리면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헛기침이 나거나 목이 쉴 수 있다. 기름진 음식이나 커피,코코넛,땅콩,초콜릿,위산분비를 촉진하는 신 과일을 먹으면 증상이 더 심하므로 주의한다. 제산제나 위산분비억제제를 복용해 본 후 차도가 없으면 내시경 검사를 해본다.

도움말=심찬섭 건국대병원 소화기병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