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분양시장에서 중 · 소형 아파트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중 · 소형 주택은 신규 분양 현장마다 1순위 청약에서 가장 먼저 마감된다. 2~3년 전 주택경기 활황기에 중 · 대형이 인기를 끌던 때와는 상황이 사뭇 달라졌다. 이에 건설사들은 당초 중 · 대형 아파트로 기획했던 단지들도 중 · 소형 아파트로 설계를 변경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신규주택 분양시장에서 가격 부담이 큰 전용 면적 85㎡ 초과 중 · 대형 아파트보다는 85㎡ 이하의 중 · 소형 청약률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서울 · 수도권은 물론 지방 분양단지에서도 이 같은 소형 아파트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반해 중 · 대형은 청약 미달이 속출하거나 청약률이 높아도 최종 계약에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중 · 소형 아파트의 인기몰이가 지속되자,내달 1만96채의 대규모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인천 영종하늘도시에서도 전체 물량의 74.1%인 7486채를 중 · 소형으로 배정했다. 현대건설 우미건설 등 6개 동시분양 건설사들이 최근 수요자들의 구매 트렌드를 감안,중 · 대형을 최대한 줄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가운데 신명종합건설,㈜한양,우미건설(A38블록) 등 3개 업체가 공급하는 단지는 전량을 소형 주택인 전용면적 48~59㎡짜리로만 이뤄졌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당초 대형 아파트로 공급하려던 A28블록도 중형아파트 비중을 크게 늘렸다"고 말했다.

최근 공급되는 단지들은 소형주택으로만 짜여졌어도 조경과 주민편의시설에 있어 중 · 대형 단지 못지않다는 게 건설사들의 설명이다.

요즘에는 보금자리주택 등 정부의 공공주택들도 품질이 날로 향상되고 있는 데다,건설업체들 간에는 브랜드 이미지에 걸맞은 품질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전용 59㎡형 1304채를 선보이는 한양의 경우 같은 크기의 소형 아파트에서도 실내 평면을 7개 타입으로 다양화했다.

중 · 소형 인기는 청약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최근 GS건설이 의왕에서 분양한 포일자이의 경우 전용 60㎡형과 시흥 능곡의 우남퍼스트빌 전용 84㎡형 등은 1순위에서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다. 서울 고척동에서 분양했던 벽산블루밍 역시 60㎡형에서 42대 1,84㎡형은 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대형인 114㎡형은 2.89대 1에 불과했다.

이 같은 중 · 소형 청약 열기에 비해 전용 116~117㎡형까지 중 · 대형으로만 구성된 청라지구 골드클래스 단지는 1순위에서 청약 미달을 보였다. 김포한강신도시에서도 중 · 대형을 분양한 업체들은 미분양 사태를 겪었다.

하지만 전용 59㎡만 분양한 KCC건설은 100% 1순위 마감,100% 계약률을 기록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건설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이 같은 선호에 발맞춰 중 · 소형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신영은 내년 초 청주에서 공급할 예정인 지웰시티 2차분을 중 · 대형에서 중 · 소형 위주로 분양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신영은 당초 1800채를 전용 122㎡가 넘는 대형으로만 공급하려다 85㎡ 이하를 전체의 85%인 1530채,122㎡형 270채로 계획을 바꿨다.

박원갑 부동산일번지 대표는 "중 · 소형 주택 인기는 불황기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요즘 중 · 소형 주택은 발코니 트기,안목치수 등으로 실제 거주 면적이 크게 늘어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중 · 대형을 구매해야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점도 중 · 소형 인기의 한 요인이다.

여기에 1~2인 세대 증가,금융위기 이후 대형 주택 집값 하락폭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느끼는 자산 안정성에 대한 정서도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