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세계 100여국 정상들이 참여한 가운데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된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들은 한목소리로 지구온난화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선 각국 간 견해 차이가 여전해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타결될지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변화 정상회의 개막연설을 통해 "올해 새로운 기후변화 협약 타결에 실패한다면 이는 도덕적으로 용서받지 못할 것이며 경제적으로는 근시안적 처사이고,정치적으로도 현명치 못한 행위"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를 소집하고 직접 주재한 반 총장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도쿄의정서 이후의 협약을 반드시 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최고 지도자들의 정치적 의지를 결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또 만일 10년 내에 기후변화 과정을 돌이키지 않는다면 지구의 자연재해가 악화되고 전체 종(種)이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유엔 과학자들의 최악의 시나리오를 지적하면서 "미래 세대의 운명과 수십억 인구의 삶과 희망이 오늘 여러분들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첫 기조연설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선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만일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지금 당장 대응하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적극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도전(기후변화)에 대한 우리 세대의 책임은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며 "미국은 행동에 나서기로 결정했고,미래 세대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들이 지난 세기 동안 지구를 위험에 빠뜨린 책임이 있다"면서도 "향후 수십년간 온실가스 방출이 늘어나게 될 개도국들도 그들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협상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제안은 내놓지 않았다.

◆…오바마에 이어 기조연설을 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은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것"이라고 밝히고 저개발국에 대한 선진국들의 지원을 촉구했다. 후 주석은 "우리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단위 기준에 의거해 감축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20년까지 감축할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구체적인 수치나 감축 목표량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의 이런 입장은 교토의정서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 협약에서 개발도상국들에 강제적인 감축 목표를 부과하려는 시도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하토야마 일본 총리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앞서 후진타오 주석과 회담,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양국 정상들은 비공개 회의에서 동아시아 가스전 개발,북핵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하토야마 총리가 동아시아 공동체 설립 구상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2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25% 감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뉴욕=이익원/도쿄=차병석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