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지역만 '콕'…예리해진 청약자들
청약 열풍이 불고 있는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옥석가리기가 한창이다. 서울 · 수도권과 지방 도시 간 분양률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 같은 수도권 안에서도 교통 여건,아파트 크기 등에 따라 분양에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20일 금융결제원과 주택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청약 1순위에서 모든 주택형의 아파트가 마감된 경기도 남양주 별내지구 '쌍용 예가',서울 고척동 '벽산 블루밍',인천 송도동 '송도웰카운티(임대)' 등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확대에 따른 반사이익 이외에도 인근 역세권 개발 등 개별 지역호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지난주 계약이 이뤄진 부산 화명동 롯데캐슬의 경우 전체 5000채가 넘는 초대형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고급 아파트 수요층이 상대적으로 적어 대형 평형 상당수가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신규 분양시장으로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물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해 조건을 꼼꼼히 따져 청약을 하고 있다"며 "수도권에서 일부 대형 아파트가 2순위까지 미달되고 있는 게 이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차별화되는 경쟁률

최근 새로 분양된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은 △지역별 △평형별 △가격대별로 크게 엇갈렸다. 남양주 별내지구의 쌍용예가와 서울 고척동 벽산블루밍은 예상을 뛰어넘는 경쟁률로 주목을 받았다. 쌍용예가(632채)의 경우 경기 동북지역이고 아파트도 모두 중대형임에도 불구하고 1순위에서 1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 접수 첫날 마감됐다. 재건축 아파트인 벽산블루밍(일반분양 124채)도 서울 안에서 입지 여건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구로구에서 청약 첫날 1순위에서 11.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에 반해 초대형 단지로 주목받고 있는 수원 권선동의 현대아이파크시티는 전용 84~123㎡ 주택형의 경우 1순위에 마감되는 성공을 거뒀으나 134~202㎡ 대형 아파트는 일부가 3순위에서도 미분양됐다. 쌍용예가와 미묘한 온도차를 보인 대목이다.

지방에서도 청약률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부산 화명동 롯데캐슬은 지난주 대형 평형 상당수가 분양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 반면 같은 부산 · 경남지역인 거제시 양정동에서 분양된 현대힐스테이트(688채)는 예상을 뒤엎고 순위 안에서 7.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거제 힐스테이트의 경우 실수요 중산층을 겨냥해 모든 평형을 전용면적 84㎡로 설계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호재가 우선

최근 분양에 성공한 아파트를 보면 개별 호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별내지구 쌍용예가가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는 모두 전용 101~134㎡의 대형 주택으로 구성돼 분양 결과에 대한 전망이 엇갈렸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가장 큰 134㎡형이 64.7대 1의 경쟁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쌍용예가 아파트 사업지가 별내지구 내에서 남서쪽에 위치해 서울로 바로 들어올 수 있는 데다 새로 건설될 경춘선 별내 역사가 인근에 있는 점등이 수요자를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서울 남서부에 있는 고척동 벽산블루밍도 서울 강남 및 강동지역에 비해서는 선호도가 떨어지지만 아파트 인근의 영등포구치소 부지가 상업복합단지로 개발되고 근처에 돔구장이 생기는 점이 가치를 끌어올렸다고 벽산건설 관계자는 밝혔다.

지방 주택시장이 여전히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제 현대힐스테이트가 순위 내 높은 경쟁률로 마감된 것도 지역의 개별 재료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크고 작은 조선업체들이 있어 주민들 소득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데다 최근 2~3년간 인근에 브랜드파워가 있는 아파트가 분양되지 않았던 점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